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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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새로운 오일쇼크가 발생할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원유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잠시 주춤한 듯했던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 개입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로 치솟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새로운 오일쇼크 오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 상승한 배럴당 85.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도 2.9%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브렌트유는 약 2%, WTI는 약 4% 하락했는데 이날 전쟁이 격화되면서 하루만에 크게 반등한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 위기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의 개입 여부다. 자칫하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 있어서다.

시릴 비더쇼벤 힐 타워 리소스어드바이저의 수석 연구원은 28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원유 수요가 늘어난 데 비해 공급이 경색되고 있어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11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7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혁명수비대(IRGC) 간부 3명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분쟁이 새로운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보고서 발표회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석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중동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석유 수출의 3분의 1이 이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고, 이곳은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무역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당사자들 사이에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이번 전쟁이 이란이 연관된 갈등으로 격화하면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만약 이들 무장세력이 석유 인프라를 공격해 석유 공급이 하루 200만 배럴 줄어들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세계 핵심 석유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하루 평균 약 1700만 배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BoA는 “매일 17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유가는 2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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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 상승하면 인플레 0.4%P 올라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급등하고, 각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전 세계 각국의 경제 각료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중동 분쟁의 확산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연차총회를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냉각됐다. IMF는 유가가 10% 상승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약 0.4% 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부총재는 세계가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포함하여 “큰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부채 규모기 기록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중동 분쟁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경우 고금리 기간이 더 길게 이어지면 기업과 가계뿐 아니라 정부도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이전보다 둔화추세에 들어가면서 중동 분쟁을 극복할 동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IMF에 따르면 2028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 전망치인 3.6% 성장률과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의 4.9% 성장률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모든 공이 공중에 떠 있으며 이 공들이 어디에 떨어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현재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신정은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