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면적 공격 대신 단계별로 지상 작전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조언 때문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가자지구 지상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접근법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등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제안과 일치했다고 전했다.앞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탸나후 총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보병·기갑·전투 공병 부대를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에 진입, 대규모 폭격과 포격을 수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침공'이나 '전면전'이라는 언급은 피했다.이스라엘이 사실상 지상전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규모가 상당하더라도 상대의 영토를 장악해 나가는 침공이나 전면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 규모는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이 처음에 오스틴 장관과 다른 미군 고위 관계자에게 설명한 것보다 더 작고 좁은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의 초기 침공 계획에서 달성할 수 있는 군사 목표가 부족하고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밖에도 NYT는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 이스라엘 내 정치·군사 지도자들의 이견 등을 지상전 진행 방식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사회가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200여 명 인질들의 안전과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우려해 인도주의적 일시 휴전을 요구하는 상황을 고려해 이스라엘이 당초 예상됐던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과 전면전에 실제로 아직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미군 사령관 등 전·현직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먼저 소규모 정찰 부대를 가자지구로 들여보내 하마스 조직원들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등 단계적인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진정되는 듯하던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반세기 만에 ‘오일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통화긴축 정책을 마무리하려던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새로운 오일쇼크 오나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지난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 상승한 배럴당 85.5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2.9%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마감했다.지난주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까지 각각 6.2%, 4.6%가량 하락했다. 25일부터 이스라엘이 매일 밤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확전 조짐이 보이자 27일 크게 반등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이번 발표로 국제 유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의 개입 여부다. 자칫하면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수 있어서다. 시릴 비더쇼벤 힐타워리소스어드바이저 수석연구원은 28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11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이번 전쟁이 이란이 연관된 갈등으로 격화하면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뛰고, 이란이 세계 핵심 원유 운송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가 두 자릿수 치솟을 수도이번 분쟁이 새로운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하마스의 공습 초기만 해도 1970년대에 발생한 1·2차 오일쇼크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사태가 악화하면서 비관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4일 ‘2023 세계 에너지 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도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 여파로 생겨났을 만큼 당시 중동전쟁이 세계 경제에 준 충격은 컸다.국제 유가 상승은 그동안 물가를 진정시켜온 중앙은행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메그나드 데사이 런던정치경제대 명예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약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글로벌 증시는 상대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21.27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금과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7일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1.1%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006.37달러에 거래됐다. 금 현물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선 건 올해 5월 이후 처음이다.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UBS글로벌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신정은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2단계 전쟁을 시작했다”며 사실상 지상전 개시를 선언했다.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신(新)중동 전쟁’으로 비화해 세계 경제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추가 투입함으로써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와의 전쟁을 3단계로 구분하면서 1단계를 ‘가자지구 공습’, 2단계는 ‘지상전’으로 정의했다. 3단계는 하마스를 격파한 뒤 가자지구에 새로운 안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네타냐후 총리는 2단계 전쟁이 전면적인 지상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사실상 지상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지만 ‘침공’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며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협상을 위해 가자지구에 점진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하지만 지상전이 본격화하면 인질 구출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도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 독립전쟁으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장기전 가능성을 비쳤다. 이어 “이란 지원 없이는 하마스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군인들을 감히 전쟁 범죄자로 비난하는 이들은 위선자”라고 이란을 비판했다.이란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제 원유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주 줄곧 안정세를 보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27일 2.8% 오른 배럴당 85.54달러, 브렌트유 가격은 2.9% 상승한 배럴당 90.48달러에 마감했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이고운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