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도 부담스러운 간식 되나…美 코코아 선물 44년만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코코아 선물 가격, 1979년 이후 최고
엘니뇨로 덥고 건조해진 날씨가 원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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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필수 재료인 코코아 선물 가격이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12월 인도 미국 코코아 선물 가격이 전 장보다 2.5%가량 오른 톤(t)당 3786달러에서 손바뀜하며 1979년 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1위 생산지인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내전이 일어나 카카오(코코아의 원재료) 수출이 금지됐던 2011년 3월 당시 찍었던 최고가까지 경신했다. 코코아 가격의 사상 최고치는 공급 부족이 심화했던 1977년 7월 t당 5379달러다.
<1979년 이후 최고가 기록한 코코아 선물 가격>
자료: 미국 ICE선물거래소, 블룸버그통신
<1979년 이후 최고가 기록한 코코아 선물 가격> 자료: 미국 ICE선물거래소, 블룸버그통신
코코아는 초콜릿의 핵심 원료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올해 40% 이상 급등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중 가장 큰 오름폭이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장기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동쪽에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대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고, 태평양 중부와 동부에 대류가 몰려 온도가 다시 상승한다. 이는 대기 상층의 제트기류 흐름에 영향을 줘 예년과 다른 이상 기후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가뭄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초콜릿도 부담스러운 간식 되나…美 코코아 선물 44년만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코코아의 주요 산지인 서아프리카는 엘니뇨 여파를 피해 가기 어려운 지역이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국가가 세계 카카오 가운데 75%를 생산한다. 문제는 엘니뇨 여파로 이 지역의 날씨가 예년보다 덥고 건조해졌고, 작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데이빗 브랜치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일정한 온도, 풍부한 강우량과 높은 습도, 질소가 풍부한 토양 등 환경 조건이 맞아야 잘 자라는 까다로운 식물”이라며 “카카오가 기후 변화에 취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엘니뇨 여파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를 인용해 이번 시즌에 코트디부아르 항구에 선적된 카카오 물량은 전년보다 16% 줄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부족이 3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올해를 포함해 2년 연속 카카오 공급이 수요보다 적었고, 내년 상반까지 이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유럽의 카카오 가공이 증가하면서 수요를 자극한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코트디부아르와 브라질도 가공을 늘리고 있다.

세계 제과업계의 ‘대목’으로 초콜릿 수요가 폭증하는 핼러윈을 앞둔 상황이라 코코아 선물 가격 상승이 소비자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소매협회(NRF)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오는 핼러윈 때 초콜릿, 캔디 등에 전년(31억달러)보다 5억달 늘어난 36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지출할 전망이다. 이미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캔디류 가격은 1년 전보다 7.5% 뛰었다. 시장에서는 코코아 선물 가격 상승이 바로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