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프 등 에너지 많이 쓰는 기업, 해외로 빠져나가"
독일 정부에 경제·에너지 정책 관련 자문을 제공해온 클라우스 슈미트 뮌헨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에너지 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원자력발전소를 (계획대로) 폐쇄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슈미트 교수는 지난 9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대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독일은 (지금이 아니면) 미래의 그 어느 시점에라도 탈(脫)원전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라며 “다만 원전 가동 기간을 연장했다면 (경제 상황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생산 부족분을 가스 발전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비용이 매우 큰 방식”이라며 “미국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비교적 용이한 다른 국가 대비 독일의 에너지 가격이 특히 비싼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 가동 중단 시점을 늦췄다면 이런 문제를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분단 시절인 1970년대부터 러시아(당시 소련)산 가스에 의존해 왔다. 적성국이었음에도 소련산 가스가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비용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전까지 독일 내 가스 수요 중 40%가 러시아산으로 충당됐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시절 러시아산 가스를 직접 들여오기 위해 가스관(노르트스트림) 사업까지 벌였다. 슈미트 교수는 메르켈 총리 재임 기간에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 “값싼 러시아산 가스로 이득을 보는 업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정책을 펴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다르게 해야 했었다”고 꼬집었다.

슈미트 교수도 독일의 ‘산업 공동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바스프를 포함한 에너지 집약 산업군에 속한 기업은 이미 생산 시설을 독일 외 지역으로 옮기고 있고, (독일로) 돌아올 것 같지 않다”며 “정부는 (지급 기한이 정해져 있는) 보조금 등 방법을 동원해 기업들의 ‘탈독일’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뮌헨=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