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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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업계에서 KKR,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미국 금융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보험사를 통해 기업 대상 대출 사업에 나서면서 규제를 우회하는 ‘그림자 금융’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와 미국 보험평가업체 AM베스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미국 생명보험사의 자산 가치는 약 774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미국 생명보험사 자산의 약 9%에 달하는 비중이다. 2011년 670억달러 수준에서 12년 사이에 11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미국 주요 보험회사들은 낮은 수익과 성장성을 보이는 연금·생명보험 사업을 사모펀드로 매각해왔다. 2021년 7월 AIG는 블랙스톤에 생명보험·연금 사업 부문을 22억달러에 매각했고, KKR은 미국 보험사 글로벌애틀랜틱을 2020년 7월 44억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에 인수된 보험사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과도하게 늘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M베스트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모펀드 산하 보험사 중 3분의 1은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인 보험사 중 투자부적격 채권을 보유한 비중은 5.9%에 불과했다.

나타샤 사린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사모펀드에 인수한 보험사는 불과 며칠 만에 채권 포트폴리오를 더 위험한 자산 쪽으로 옮긴다”며 “장기적인 재정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라고 했다.

사모펀드들이 보험사 자산을 통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금융권의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비은행권 대출 시장(프라이빗 렌딩)은 지난해 약 1조7500억 달러 규모였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칼라일, KKR, 블랙스톤 등 7개 사모펀드가 조달한 비은행권 대출 자금의 약 5분의 1이 보험업계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모펀드들이 보험사를 통해 기업대출 사업에 나서면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대형은행의 자기자본을 평균 19% 늘리도록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네이선 하인리히 뉴욕 연방은행 연구원은 “생명보험사들은 위험한 기업대출 시장에서 은행이 남긴 공백을 메웠다”며 “이들이 ‘그림자 은행’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