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보복' 갈수록 가관…日 "당하지만은 않겠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에 대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호주 와인 및 일본과 대만의 수산물 수입금지, 리투아니아 무역 제재.

중국이 지난 13년간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에 가한 경제 보복이 13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의 거대한 시장과 자금력 등 경제력을 무기로 다른 나라와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0~2023년 6월까지 확인된 중국의 경제 보복은 130건에 달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내리고, 한국 단체관광을 제한한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 조사를 요구한 호주에 대해서는 와인과 석탄, 목재 등의 관세를 인상해 수입을 규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발하는 대만과 후쿠시마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도 내놨다. 대만 대표부 개설을 인가한 리투아니아에는 무역을 제한하고 사이버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자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사실상 퇴출시키거나 기술 이전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연내 주요 병원의 의료기기를 자국산으로 제한한다는 통지를 내려 외국 제품을 배제시키고 있다.

일본 기업 등 외국 기업에 사무용 복합기의 기술이전을 요구했다가 파장이 커지자 철회한 사례도 있다. 세계 사무용 복합기 시장은 캐논, 리코 등 일본 5대 기업이 66.5%를 점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옛 후지제록스)은 내년 중반부터 상하이의 복합기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오키전기공업도 올해 중국에서 복합기와 프린터 생산을 중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자유무역의 수혜를 받아 성장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세계를 분단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했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일본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연내 외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경제안전과 산업정책에 관한 지침'을 내놓을 계획이다. 관련 지침에는 ▲경제 보복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력 ▲경제 보복을 당한 국가 지원 ▲관세 인상 등의 무역보복 등 세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강제적인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행위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기업과 공동 개발한 주요 기술과 산업 기반을 타국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지정해 산업계와 공동으로 기술 유출을 막는 대응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에 제공하는 기술과 제공하지 않는 기술의 가이드라인을 공유해 기술 유출을 막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사례를 참고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일본과 비슷한 대응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EU는 올 가을부터 경제 보복에 대항하는 규칙을 시행한다. 미국 의회도 중국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인 압력에 대항하는 조치를 담은 법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