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국 상무부
사진=중국 상무부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과 4시간 넘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미·중 양국은 첨단 반도체나 희귀광물 등 서로를 겨냥한 수출 제한 조치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과 왕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2시간 이상 미·중 상무장관 회담을 진행한 후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

러몬도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중국이 마이크론 메모리칩 구매를 금지한 데 대한 우려를 중국 측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28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1.9% 올랐고, 인텔도 0.4% 상승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서 미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이번 방중 기간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마이크론 제품에 비교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수출 규제를 나서자 중국이 보복 조치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당국은 또 이달 인텔의 세미컨덕터 인수를 승인하지 않아 거래가 취소되기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또한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등 반도체 주요 소재를 수출 금지한 것과 관해서도 논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달에는 미국이 반도체·AI·양자컴퓨팅 분야를 대상으로 대중 투자 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왕 장관 역시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반도체 정책, 차별적 보조금, 중국 기업 제재 등과 관련해 중국 측의 의견을 전달했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의 경제 무역 관계, 공통 관심사인 경제 무역 문제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솔직하고 건설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미중 수출통제 정보교환 29일 첫 회의

미국과 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무역 문제를 다룰 실무그룹 구성하고, 수출통제 정보교환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기로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일부 개선될지 주목된다.

미·중 간 수출통제 정보교환 첫 회의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미국 측에서는 매튜 액설로드 상무부 수출집행 담당 차관보가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몬도 장관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는 투명성을 높이고 수출통제 집행과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하기 위한 대화"라면서 "국가 안보 문제에서는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새로 구성되는 미·중 상무부 간 실무그룹은 차관급 협의체로 1년에 두 차례씩 열릴 예정이다. 미·중 정부 관계자에 더해 민간 부문 대표도 참석한다. 첫 회의는 내년 초 미국에서 개최된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27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30일까지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러몬도 장관은 예정된 방중 기간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경제라인 인사들을 잇달아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를 방문해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와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찾을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7년 만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네 번째 미국 고위 관리이기도 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