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7.2억…'긴축의 시대'에도 실력 입증한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7일(현지시간) 주당 55만 1920달러로(약 7억 2000만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5일 발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한 100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다. 한번 투자한 기업은 장기보유하는 원칙에 통화정책 긴축이라는 우연이 합쳐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저가매수 기회 포착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애플의 공이 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6년 1분기 애플 주식을 처음 보유한 이후 꾸준히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체 주식 투자금 가운데 46%가 애플에 들어가 있다.

실제 버핏은 애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분기 애플의 주가가 하락했을 때 이 회사 주식 6억달러 상당을 추가로 매입했다. 당시 버핏은 “주가가 다시 올라 추가로 매수를 더 못한 것이 아쉽다”며 “(주가가 오르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샀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시장을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움직인 것도 이번 성과의 주요 원인이다. 1분기 말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은행 뱅크오브뉴욕멜론은 보유하던 주식 2507만주를 전량 처분했다. US뱅코프 지분도 667만주 전량을 매도했다. 금리 급등에 따라 국채를 상당 부분 보유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위기를 내다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투자 기업 경영진의 실력을 믿을 땐 애플처럼 굳건하게 투입한 투자금을 유지했다. 2017년 자산에 편입시킨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투자자산 가운데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버핏은 “우리는 은행 주식에 대해 매우 신중하지만 한 은행에 대해서는 (투자금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좋아하고 그 경영진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금리 시대 보험투자로 대박

고금리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자산엔 과감하게 투자했다. 보험이 대표적이다. 고객의 보험료를 받아 자금 운용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 보험사는 금리가 높아야 투자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게이코의 손해율이 떨어지면서 비용 절감이 가능했고, 보험사 앨러게니 코프 인수로 보험 인수 수익이 74%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국채 투자 수익도 적지 않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국채 보유액만 970억달러가 넘는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앞으로도 큰 이자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BC는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M)와 에너지 대기업 셰브런 주식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보유 주식을 지난 1분기에 2022년 말 보다 약 20% 줄였다. 지난 1분기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셰브런은 6.6%, GM은 0.5%를 차지했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분 15%를 보유한 버핏의 자산은 이날 1215억 달러를 기록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를 제치고 전 세계 5번째 부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UBS의 브라이언 레디스 애널리스트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매력적인 실적을 올렸다”면서 투자 의견 ‘매수’와 함께 클래스A 주식의 12개월 목표주가를 60만8000달러에서 62만1591달러로 상향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