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KT의 스트리밍 계열사인 지니뮤직이 AI를 활용한 편곡 플랫폼을 오는 7월 내놓는다. 틱톡과 유튜브로 대중화한 이미지·영상 제작 시장처럼 음원 편곡 장벽을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도 AI 디제잉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지키고 있다.

○“누구나 AI로 편곡해 음원 판다”

선곡 넘어 편곡까지…AI, 음원 판 흔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니뮤직의 자회사 주스는 AI를 활용한 편곡 서비스인 ‘리라’를 7월 정식 출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부터 AI가 디지털 음원에서 악보를 추출해주는 서비스를 시험 운영해왔다. 김준호 주스 대표는 “추출한 악보를 서비스 이용자끼리 거래하도록 해 음원 저작권자와 수익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리라의 핵심은 편곡의 대중화다. 주스는 추출한 악보를 편집하거나 악기를 바꿔 연주하는 기능을 리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일반인이 재즈, 클래식 등 원하는 방식으로 편곡할 수 있게 해 새로운 온라인 놀이 문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미 유튜브에서 음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작하는 ‘커버 문화’가 SNS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틱톡이 숏폼으로 동영상 편집 장벽을 낮춘 일이 음원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니뮤직은 일반인이 편곡한 음원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K팝이 대상이다. 해외 음원은 국가 간 저작권 보호 체계가 달라 국내 스트리밍 업체로선 활용이 쉽지 않다. 주스는 남미처럼 한국과 다른 음악 문화를 가진 지역에서 음원 재가공을 지원해 K팝의 2차 창작을 장려하겠다는 구상이다.

○‘AI 디제이’ 스포티파이, 1위 독주

스트리밍 플랫폼 자체에 생성형 AI 기술을 붙이는 작업도 한창이다. 지니뮤직은 공간, 날씨, 이용자 등의 특색에 맞는 음원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멜론도 한 곡을 선택하면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AI 기능을 지난해 도입했다. 플로도 AI 기반 음악 추천 서비스인 ‘무드’를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구글도 이달 14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인 ‘구글 I/O 2024’에서 챗봇으로 유튜브뮤직에서 음원 목록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AI 도입의 선두 주자는 스웨덴의 스포티파이다. 이 업체는 AI가 이용자 취향을 분석해 음원을 추천해주는 ‘AI 디제이’ 기능을 지난해 2월 선보였다. 지난달엔 이 기능에 챗봇을 달았다. 이용자가 프롬프트에 원하는 분위기를 입력하면 AI가 음원 30개가 담긴 목록을 만든다.

스포티파이의 세계 1위 자리는 굳건하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1.7%로 1위였다. 유튜브뮤직이 멜론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 한국과 대조적이다. 앱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뮤직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20만 명이었다. 멜론(697만 명), 지니뮤직(309만 명), 플로(221만 명) 등보다 많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