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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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자 늪’에 빠진 저축은행이 올해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부실채권 규모가 커지고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건전성은 물론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리스크를 관리하면 할수록 덩치는 쪼그라들고 수익성마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대형 저축은행조차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르고 있다.

○총여신 14개월 연속 감소

'겹악재' 덮친 저축은행…연체율 10년 만에 9% 육박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154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다섯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저축은행이 1년 넘게 분기 기준 연속 적자를 이어간 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기(-527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세 배 가까이 커졌다.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은 대출 축소에 따라 이자수익이 감소(-2336억원)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들어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했다. 또 부실채권을 매각·상각(자산 제외)하며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그 결과 저축은행 총여신은 지난해 말(104조원) 대비 2.6%(2조7000억원) 줄어든 10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도 적자 폭을 키웠다. 저축은행 업권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만 1326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2.99%로 법정 기준(100%) 대비 12.99%포인트 초과했다.

○신용등급 줄강등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여의찮은 데다 수익성마저 크게 악화하면서 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7일 국내 저축은행 2위인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산 규모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07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밖에 애큐온·바로·다올·대신·KB·JT친애저축은행 등의 신용등급 전망도 한 단계씩 강등됐다.

○적자 규모 더 커질 듯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2분기 실적이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앞서 발표한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안’에 따라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예상 손실을 최대 4조8000억원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저축은행 전체 적자는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가 한창이던 2012년 당시 적자 규모(1조4000억원)를 크게 웃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빠졌지만 경영 안정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법정 기준의 두 배인 14.69%에 달하는 등 경영 안정성 지표는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이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리스크 대응에 나서면서 중·저신용자는 ‘대출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3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0곳 중 신용평점이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준 곳은 13곳에 그쳤다. 1년 전에는 33곳 중 23곳이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준 것과 대조적이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