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전망에 따라 세계 채권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일본 채권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10년간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며 안정세를 유지해서다. 급격한 통화 긴축 없이도 경기를 안정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엔화 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지난 21일까지 외국 기업이 발행한 엔화 표시채권인 사무라이본드 규모가 1조 440억엔(약 1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같은 기간에 집계된 발행 액수 중 가장 큰 규모다. 사무라이 본드는 외국 기관이 일본 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뜻한다.

세계 곳곳에서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늘리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IB) BPCE는 지난달 6일 1977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다. BPCE가 발행한 엔화 표시채권 규모 중 가장 크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 4월 1644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다. 페이팔은 지난달 기업 창사 이래 처음으로 900억엔대의 채권 발행에 나섰다.
요동치는 세계 금리 전망에…늘어나는 사무라이본드 시장
한국 기업도 사무라이본드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3일 일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성사했다. 대한항공도 지난 6월 한국수출입은행 보증에 따라 200억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사무라이 본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엔저 현상 때문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20%가량 떨어졌고, 올해도 9%가량 축소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에 외국기업이 앞다퉈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는 분석이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되면 부채와 이자 상환 부담이 덜어지게 된다.

일본은행의 일관된 통화정책도 엔화 표시채권 확장 요인으로 꼽힌다.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통화시장 안정성도 계속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넘어섰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채권 발행 규모가 확장했다.

미쓰비시 UFJ 모건 스탠리 증권의 노무라 노리아키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해외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해외 채권시장의 발행 환경에 주요한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국내총생산(GDP)이 반등하면서 일본 채권 시장 내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1분기 일본의 GDP는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4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조 8951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