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위기로 흔들린 캐피털원…버핏은 샀다
"소비·지출 늘 것" 9.5억弗 매수
'월가 거물' 마이클 버리도 베팅
올들어 주가 10% 가까이 상승
1분기 실적 전망치 밑돌았지만
저평가·높은 배당수익률 '매력'
○“남들 공포 느낄 때 탐욕스러워야”
23일(현지시간) 캐피털원파이낸셜 주가는 102.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9.9% 증가했다. 지난주 버핏과 버리가 몸담고 있는 유명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 캐피털원파이낸셜 주가를 담았다는 소식 덕분이다.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매니지먼트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사이언매니지먼트는 올 1분기 처음으로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을 7만5000주 사들였다. 721만달러(약 96억원)어치에 해당한다.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1분기에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 990만 주를 신규 매입했다. 이는 3월 말 기준 9억5400만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다.
시장에서 두 거물 투자자의 행보를 의외라고 판단한 것은 캐피털원파이낸셜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출은 89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8.9%가량 올랐지만, 역시 시장 전망치(90억7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2.31달러로 시장 추정치(3.80달러)를 하회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이 상당히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PBR은 0.76으로 동종업계 평균치 9.98에 비해 매우 낮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배당수익률이 2.5%에 달하고,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앞둔 점 등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근본적인 건전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캐피털원파이낸셜 계좌에 예치된 예금 중 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잭스에쿼티리서치는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공포를 느껴야 하고, 남들이 공포를 느낄 때 탐욕스러워져야 한다’는 버핏 자신의 격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금융 주목
버핏이 특히 캐피털원파이낸셜의 신용카드와 소비자 금융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래 버핏이 금융산업에 투자금을 할당할 때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소수의 대형은행과 비자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사 투트랙으로 집중해왔다”고 전했다.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피털원파이낸셜은 미국에서 대형은행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종합 금융서비스 기업이다. 핵심 사업부는 소비자금융, 자동차 대출 등 상업금융, 신용카드 발행 등 세 가지로 나뉜다. 1990년대 미국의 신용카드 발행 확장에 앞장선 회사로도 유명하다. 현재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의 발행 규모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FT는 “이번 투자는 버핏이 (미국의 경기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산업과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에 대해 안심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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