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지난 3월 은행 위기 한가운데에서 미국 대형 금융회사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지출을 늘리는 게 캐피털원파이낸셜의 신용카드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중소형 금융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대형 금융사로 몰려갈 것이란 전망도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남들 공포 느낄 때 탐욕스러워야”

美은행위기로 흔들린 캐피털원…버핏은 샀다
23일(현지시간) 캐피털원파이낸셜 주가는 102.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9.9% 증가했다. 지난주 버핏과 버리가 몸담고 있는 유명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 캐피털원파이낸셜 주가를 담았다는 소식 덕분이다.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매니지먼트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사이언매니지먼트는 올 1분기 처음으로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을 7만5000주 사들였다. 721만달러(약 96억원)어치에 해당한다.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1분기에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 990만 주를 신규 매입했다. 이는 3월 말 기준 9억5400만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다.

시장에서 두 거물 투자자의 행보를 의외라고 판단한 것은 캐피털원파이낸셜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출은 89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8.9%가량 올랐지만, 역시 시장 전망치(90억7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2.31달러로 시장 추정치(3.80달러)를 하회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이 상당히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PBR은 0.76으로 동종업계 평균치 9.98에 비해 매우 낮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배당수익률이 2.5%에 달하고,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앞둔 점 등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캐피털원파이낸셜의 근본적인 건전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캐피털원파이낸셜 계좌에 예치된 예금 중 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잭스에쿼티리서치는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공포를 느껴야 하고, 남들이 공포를 느낄 때 탐욕스러워져야 한다’는 버핏 자신의 격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금융 주목

버핏이 특히 캐피털원파이낸셜의 신용카드와 소비자 금융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래 버핏이 금융산업에 투자금을 할당할 때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소수의 대형은행과 비자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사 투트랙으로 집중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피털원파이낸셜은 미국에서 대형은행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종합 금융서비스 기업이다. 핵심 사업부는 소비자금융, 자동차 대출 등 상업금융, 신용카드 발행 등 세 가지로 나뉜다. 1990년대 미국의 신용카드 발행 확장에 앞장선 회사로도 유명하다. 현재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의 발행 규모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FT는 “이번 투자는 버핏이 (미국의 경기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산업과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에 대해 안심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