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업이익 감소 '경고'…추락하는 애플 테슬라 아마존
매파적 미 중앙은행(Fed)으로 인해 연말 분위기가 꺾인 뉴욕 증시는 19일(미 동부시간) 종일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시장은 흔든 큰 뉴스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0.1% 수준의 약보합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49%, S&P500 지수는 0.90% 내렸고 나스닥은 1.49%나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것도 장 막판 15분간 하락폭을 상당히 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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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서 물러나야 할지' 여부를 투표에 부치면서 개장 전 시간 외 거래에서 5%나 급등하던 테슬라마저 롤러코스터를 타더니 결국 0.24% 하락하며 마감될 정도였습니다. 응답자 총 1750만2391명 중 절반이 넘는 57.5%가 '찬성'(yes) 의사를 밝힌 만큼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손을 떼고 테슬라에 전념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차가운 시장 분위기를 이기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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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오늘도 1.59% 하락하는 등 지난 5거래일 동안 11.45% 폭락하면서 52주 최저가로 떨어졌습니다. 뚜렷한 하락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이슈, 침체 이슈 등 항상 나왔던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하락장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동안 장을 이끌어왔던 주식들이 항복하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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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크게 오른 게 주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2시 55분께 지난주보다 9.5bp 오른 3.584%를 기록했습니다. 또 2년물 금리는 5bp 상승한 4.254%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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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매파적 Fed에 굴복해서 금리가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영국은행(BOE)이 양적 긴축(QE) 프로그램의 하나로 오는 1월 9일부터 채권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주 미국 정부가 20년물 국채(120억 달러), 5년물 물가연동국채(190억 달러)를 입찰에 부치는 것도 금리 상승 요인입니다. 일본 교도통신이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해 유연성을 부여할 방안을 찾고 있으며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면 차기 총재와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이 긴축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은행은 내일 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하죠. 다만 일본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JP모건은 현재 10년물 금리가 자신들이 계산한 공정가치보다 10~25bp 정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①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CPI)와 소매판매 등 성장 및 물가 관련 지표들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 ② 그래서 시장은 Fed가 제시한 것보다 최종금리가 낮을 것으로 보는 것 ③ 기술적 요인-상당수 투자자가 채권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했는데, 최근 금리가 하락하자 숏스퀴즈가 발생한 것 등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가 앞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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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와 시장 간의 간격은 여전합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 워치 시장의 내년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은 4.8% 초반으로 여전히 5%를 밑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내년 하반기 50bp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시장이 Fed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Fed가 제시한 전망은 시장에게 당혹스럽고 그래서 Fed가 파는 것을 사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개선의 신호를 보이는 상황에서 Fed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금리를 올리면 연착륙 확률이 감소한다"라며 "현재 시장 가격은 내년 Fed가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실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결론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등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고 있는 데 대해 "일부에선 속도 조절을 비둘기파적 발전으로 간주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인상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위험할 것이고,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할 때 추가 50bp 인상 움직임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제약적 영역으로 높아진 금리로 인해 더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것이지, 높은 최종금리나 그 지속성에 대한 전망을 바꾸는 건 아니란 얘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는 시장이 지니(인플레이션)를 다시 병 속에 집어넣으려는 중앙은행의 결정을 계속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믿는다"라며 "더 크고 더 광범위한 침체의 위험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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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연은이 최근 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은 43.5%로 지난 50년 역사상 가장 높았습니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선 침체 확률이 63%에 달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12월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는 68%가 내년 침체를 예상했습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아침부터 블룸버그TV에 나와 "시장이 낙관적이라면 중앙은행은 더욱 긴축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는 등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 발표된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의 12월 주택시장지수는 전달보다 2포인트 낮아진 31로 집계됐습니다. 1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팬데믹 초기를 빼면 2012년 6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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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팬데믹 이후 시장을 가장 잘 예측해온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의 기술적 움직임을 보면 (세 번째) 베어마켓 랠리는 종료됐다"라면서 시장의 다음 단계는 기업이익(EPS) 침체에 따른 하락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윌슨 CIO는 "지난 1년 간 시장 촛점이 Fed와 금리 인상에 대한 것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경기 둔화와 기업이익 감소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역사적 최고점에서 둔화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미국 경제 약화 징후가 걱정스럽다"라면서 "경기 둔화로 인해 내년 S&P500 기업의 EPS가 월가 컨센서스 231달러보다 훨씬 낮은 180달러의 약세 예측(기본 예측 195달러)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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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주장처럼 기업이익 감소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올해 5.1%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6월 30일의 9.1%, 9월 30일의 6.9% 추정치보다 낮아졌습니다. 또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인 8.5%보다 낮습니다. 특히 분기별로 따져보면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9.4%와 5.8% 증가했고, 3분에는 2.5% 늘었습니다. 하지만 4분기에는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분석은 좀 더 심각합니다. 월가의 올해 4분기 EPS 추정치는 전년 대비 -6.5%에 달한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0월 5일에만 해도 1.7%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두 달여 만에 추정치가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업종을 제외하면 추정치는 -10.8%가 됩니다. 지난 10월 5일에는 -2.9%였습니다. 2023년 1분기에 대한 기대치도 마이너스가 되기 직전입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1분기 EPS에 대한 월가 추정치는 10월 1일 7.4% 증가에서 금요일 1.9% 증가로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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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경기 둔화로 소비가 흔들리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 11월 소매판매는 '블랙프라이데이'에도 불구하고 0.6% 감소했습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주 실망스러운 소매판매에 이어 미국 소비자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스트코의 크레이크 젤리넥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언론 인터뷰(CNBC, 야후파이낸스 등)에서 "계란 등 몇몇 품목을 빼면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감소를 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불황 조짐을 보느냐'라는 질문에 "약간 보고 있다. 보석, 최고급 TV 그런 것들은 판매가 둔화했고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판매 속도가 느려졌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지난주 "사업에서 침체 전 흐름을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예약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룰루레몬은 기록적 재고 속에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한 4분기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VF코퍼레이션(노스페이스, 팀버랜드, 반스 등)도 연말 쇼핑철 판매 실적이 좋지 않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유통주 주가는 엉망입니다. 아마존의 주가는 오늘 3.35% 폭락하며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최저인 84.92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정말 EPS 침체가 본격화할까요. 이번 주 발표될 나이키와 페덱스(화요일), 마이크론(수요일), 카맥스(목요일)의 실적을 잘 지켜보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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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여전히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PFR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증시가 1년 내내 약세장을 겪었지만, 미 증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인 1189억 달러가 몰려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지난 2015년과 2018년에 주식이 손실을 기록했을 때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돈을 인출했었다'라며 "올해는 '저가 매수'(dip buying)의 역사적인 해"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아마도 미국 가계가 여전히 1조 달러가 넘는 잉여 저축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실업률은 낮고 임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Fed는 더욱더 긴축하려는 것이겠지요.

씨티는 ”연말 마지막 2주는 계절성이 강해서 올해 약세장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2주는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렉스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우리 글로벌 자산 배분 팀은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약세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단기적으로 반가운 안도감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산타클로스 효과가 침체기에 훨씬 더 약해지기 때문에 올해는 11월/12월 랠리가 지속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면서도 "12월 마지막 2주 동안의 평균 수익률은 +2%에 달할 정도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트레이딩 담당 임원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산타 랠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주가는 지난주까지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2주 연속 하락했다"라며 "인플레이션 냉각을 보여준 CPI 데이터가 시장을 단기 부양했을 수 있지만, 꽤 오래 금리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Fed의 확고한 입장이 일부 투자자를 묶어놓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S&P500 지수는 3800선 사수를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최저가는 3800.04였고, 종가는 3817.66으로 끝났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기술적 전략가는 오늘 아침 보고서에서 3818선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3818(~3845)까지의 갭이 채워질지 보고 있다"라며 "이 갭이 빨리 채워지려는 같다. 그게 채워지면 3800~3900에서 일부 바닥 다지기(consolidation)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변동성이 낮은 주식이 계속 상대적으로 나은 수익률을 보이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위험 선호 신호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월가가 내년은 올해보다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더 나으리라 생각하지만 암울한 날이 2023년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크린스키는 ″최근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가 뒤집히는 것처럼 보였지만(채권 강세, 주식 약세), 오늘은 올해 내내 보았던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날로 다시 돌아왔다"라며 "이런 날도 있겠지만 2023년으로 접어들면 주식은 하락하고 채권은 상승하는 상관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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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내년 상반기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역사적 교훈은 더 복잡하다. 금리 인상 종결은 주식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평균적으로 주식과 채권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지만, 지금처럼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상황(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에서 Fed가 중단할 경우 주식의 성과는 별로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1980년부터 있었던 11번의 금리 인상주기에서 Fed가 금리 인상을 끝냈을 때를 분석했는데요. 그중 7번은 그 당시 수익률 곡선은 평평하거나 정상적으로 약간 가팔랐습니다. 즉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 수익률보다 약간 낮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는 시장이 경제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래서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로 한동안 유지되리라 생각했음을 의미한다"라면서 "당연히 시장은 이러한 안정성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이러면 글로벌 주식은 다음 해까지 12개월 동안 약 15% 상승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Fed의 금리 인상 중단이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았을 때, 즉 지금처럼 역전이 되었을 때 생겼던 사례가 있습니다. 1980년, 1981년, 1989년, 2000년에 4번이 그랬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수익률 곡선 역전은 당시 시장이 장기 금리가 안정적 균형 상태에 있지 않아서 다소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음을 시사한다"라면서 "이는 이런 네 번의 경우에서는 글로벌 주식 시장은 훨씬 더 나빴고 이후 12개월 동안 약 3% 하락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수익률 곡선 역전은 채권 시장이 성장 둔화에 대해 우려하면서 발생했고, 이는 증시에도 부정적이었다는 것이죠.

모건스탠리는 "이들 사례를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지금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을 보면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해도 증시가 더 어려워지는 시나리오가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말 S&P500지수가 2023년에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3900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채권 시장의 경우 수익률 곡선의 역전 여부와 관계없이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지속해서 강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즉 금리가 내려가고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죠. 모건스탠리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주식보다 투자 등급 채권을 계속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