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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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업체 기업공개(IPO) 시장이 20년 만에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에 나서면서 기술주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 모건스탠리 기술주팀의 자료를 인용해 21일이면 5000만달러(약 696억원) 이상 규모 기술기업 IPO가 사라진 지 238일째가 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세운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20여 년 만에 최악의 IPO 가뭄이 발생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Fed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기술주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 기술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불어나는 것도 부담이 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28%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19% 하락한 S&P500지수보다 낙폭이 크다. 지난 2년간 상장한 미국 기업을 추적하는 르네상스IPO지수는 45% 이상 떨어졌다. 매트 월시 SVB증권 기술주 자본시장 책임자는 “현재 시장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불확실성은 IPO 시장의 적”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IPO 시장의 열기도 식었다.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전체 IPO 규모는 올해 들어 70억달러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급감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미국 증시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의 실적 부진이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니콜 브룩셔 데이비스포크로펌 파트너는 “많은 기업이 거시적인 역풍을 맞고 있다.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낮출 것”이라고 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술업체들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추정치에 겨우 부합했다.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들의 상장 계획도 불투명하다. 월시는 “소규모 기업은 올해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은 이미 내년으로 계획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