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형 은행의 올 2분기 순이익이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발(發) 유동성 잔치가 끝나자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을 담당하는 투자은행(IB) 부문 실적이 크게 고꾸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경영 환경과 실적 불확실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2분기 어닝시즌이 개막된 가운데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IB 부문 ‘직격탄’

M&A·IPO '꽁꽁'…美은행 잇단 어닝쇼크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은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한 86억5000만달러(약 11조4500억원)로 집계됐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4억2800만달러의 충당금을 쌓은 게 수익성 감소로 이어졌다고 JP모간은 설명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1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319억5000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모건스탠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모건스탠리의 2분기 매출은 131억3000만달러, 순이익은 2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 29%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JP모간과 모건스탠리의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은 2020년 초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IB 부문 실적 감소가 치명적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각국의 부양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흘러넘치면서 M&A, IPO 등이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자 거래가 위축됐다. 이 때문에 자문 등을 통해 수수료를 벌어들이던 IB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JP모간의 IB 부문 2분기 수수료는 1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급감했다. 모건스탠리 IB 부문이 2분기 거둬들인 수수료도 1년 전에 비해 55% 감소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로건캐피털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오키프 총괄 매니저는 “경기침체 공포 앞에서 M&A 활동이 일시정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주택경기 침체 여파로 JP모간의 주택담보대출도 1년 전보다 45% 감소했다.

다이먼 “전쟁 등, 세계 경제에 악영향”

주식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증가했다. 올 2분기 JP모간의 트레이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의 트레이딩 매출 증가율은 21%에 달했다. 금리 상승의 수혜도 있었다. JP모간의 순이자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52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149억8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소비자 금융 부문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2분기 JP모간의 신용카드를 통한 지출(여행, 외식 등 포함)은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선 15% 늘었다.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았다는 얘기다. JP모간은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 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실적 충격으로 JP모간 주가는 전날 대비 3.49% 하락한 108달러에 마감했다. 자사주 매입 잠정 중단 소식에 낙폭이 커졌다. 모건스탠리 주가는 전날보다 0.39% 내린 74.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장중 52주 신저가를 썼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