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5bp 인상, 침체로 끝나나…R의 공포→다우 3만 붕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 끝난 지 하루 만인 16일(미 동부 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R'(recession, 경기 침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연착륙의 길이 남아있다"라는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세 잊혔습니다.

"이렇게 급한 금리 인상은 경제 활동을 질식시키고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자 주요 지수는 1.1~2.6% 큰 폭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반등 한 번 못한 채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을 키웠고 나스닥은 한때 5%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2.42%, S&P500 지수는 3.25%, 나스닥은 4.0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29927.07)는 작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만 선을 깨고 내려왔고, JP모건 3M 인텔 홈디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S&P500 지수 종목의 43%인 215개가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나스닥은 2020년 9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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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3.96%) 마이크로소프트(-2.7%) 알파벳(-3.4%) 아마존(-3.72%) 메타(5.01%) 등 5개 빅테크 종목에서만 이날 하루 시가총액 250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삼성전자 시총에 육박하는 금액이 사라진 것입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각각 8.5%, 5.6% 하락했습니다. 또 소비 감소 우려 속에 엑슨모빌(-3.69%) 등 에너지 주식이 급락했고 카니발(-11.08%) 아메리칸항공(-8.64%) 등 여행 크루즈 항공 도박 관련 주식이 거의 10%씩 떨어졌습니다. 오른 주식은 P&G 제너럴밀즈 등 필수소비재 몇 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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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도 장 초반 수요 파괴 우려 속에 급락하다가, 미 재무부가 이란의 석유업체들과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유령업체들을 제재했다는 소식에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란 핵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1994년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75bp 인상은 단순히 미국 경제와 시장만 흔들고 있는 게 아닙니다. 1994년 11월 당시 75bp 인상은 달러 강세와 해외 자금 이탈로 이어지면서 멕시코를 '테킬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멕시코는 외환위기 속에 구제금융을 받아서 회생했고, 위기는 아르헨티나와 태국, 필리핀을 거쳐 1997년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도 미 중앙은행(Fed)의 분노를 느끼게 될 것"(Asia Will Feel the Fed’s Wrath, Too)이라는 기사에서 "Fed의 통화 긴축과 대외 수요 위축은 수출에 의존하는 동아시아에 좋지 않은 조합"이라며 "광범위한 부채 위기를 맞지는 않을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적극적으로 레버리지(부채)를 썼다. 이제 청구서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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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bp를 올렸던 미국 경제도 당연히 좋지 않았습니다. Fed가 마지막으로 75bp를 인상한 것은 1994년 11월이었습니다. Fed는 그 7개월 뒤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경기 침체는 피했지만, 경기가 급격히 둔화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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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의 재해석 1 : 7월 75bp 인상

6월 기준금리가 "흔하지 않은" 75bp 인상됐고 "다음 회의에서 50bp나 75bp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라는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은 75bp를 인상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인 주거비, 유가, 식료품 가격 움직임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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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파월이 선제적 긴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점도표에서 시사한 것은 7월 75bp, 9월 50bp, 11월 25bp, 12월 25bp 인상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씨티도 "Fed는 4% 최종금리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7월 13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도 높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7월 FOMC에서 한 번 더 75bp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후 9월 50bp 인상한 뒤 11월, 12월에는 25bp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11월부터 50bp 인상을 계속할 위험도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NG는 "지금과 7월 FOMC 회의 사이에는 나올 6월 고용 보고서는 꽤 양호할 것이고, 지금의 치솟고 있는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고려할 때 6월 소비자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Fed가 7월에 75bp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웰스파고도 "파월 의장은 75bp 인상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이 높다면 한 차례 더 75bp 인상할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다음 달 50bp 인상 관측은 소수입니다. 바클레이스는 "가계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모기지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7월 FOMC에서는 50bp를 인상하리라 전망했습니다. UBS도 비슷한 이유로 추가 75bp 인상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Fed는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를 올해 말 3.4%, 내년 말 3.8%로 제시했습니다. 올해 남은 네 번의 FOMC에서 추가로 175bp 더 올리는 방안을 시사한 것입니다. 시장 일부에서는 이것도 믿지 않습니다. 모건스탠리는 "Fed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75bp를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강력히 전념하겠다고 밝혔다"라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고 경제 활동은 강하므로 Fed의 금리 인상이 이어져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4% 부근까지 금리를 올리면 상당한 경기 둔화를 보게 될 것이고 금리 인하를 준비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얼마나 빨리 금리 인상을 중단할 지가 지금으로선 핵심 질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지난 5월 뜨거운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어제의 매파적인 Fed를 감안해 우리는 최종금리를 기존 3.25~3.5%에서 4.0~4.25%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4%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경기 침체는 분명히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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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의 재해석 2 : 침체 가능성 크다

월가는 그동안 내년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을 30~40% 정도로 예상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35% 정도로 봤죠. 하지만 Fed가 공격적 금리 인상의 고삐를 죄면서 경기 침체 확률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핌코는 "장기적으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기꺼이 인플레이션에 맞서려는 Fed의 의지가 결국 성장과 고용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위험을 본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주거비 등 끈적끈적하게 지속하는 부분으로 옮겨가고 있고, 노동 시장은 성장 둔화를 반영하는 데 몇 분기가 걸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Fed가 지나치게 긴축할 위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핌코는 "우리는 미국 경제가 정체 수준으로 둔화하리라 예측을 해왔는데, 여기에 하방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Fed가 경제 전망을 통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혔지만 우리는 덜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연착륙선은 이미 항구를 떠났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금융여건의 긴축은 의미 있는 경제 둔화를 뜻하며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이미 마이너스였고 이제 2분기 성장률 기대도 제로 수준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슈왑은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과거 실업률이 고점에서 평균 0.3%포인트 하락하면 경기 침체가 시작됐었다"라며 "지금 Fed는 현재 3.6%인 실업률이 0.5%포인트 높은 4.1%까지 높아지지만,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낙관적 전망을 제시해온 JP모건의 전략가들도 S&P500 하락 폭을 보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85%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1번의 경기 침체 동안 S&P500이 평균 26% 하락했는데, 지금 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시장 참가자와 경제 참여자들 사이에 경기 침체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험이 투자나 지출을 줄이는 등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할 경우 자기충족적 예언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골드만삭스가 기관투자자 1500곳을 대상으로 벌인 6월 마퀴 퀵폴(Marquee QuickPoll)에서 미국 경제가 2022년이나 2023년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72%에 달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66%에서 증가한 수치입니다. 동시에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인플레이션이 더 오랫동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응답자의 59%는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2023년 말까지 3%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5월의 54%에서 상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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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의 재해석 3 : Fed 경제 전망, 침체 전제한 것

파월의 발언, 그리고 Fed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경기 침체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날 미 중앙은행(Fed)은 경제 전망(SEP)에서 2023년 3.9%인 실업률이 2024년 4.1%로 올라가는데, 경제성장률은 1.7%에서 1.9%로 개선될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은 2.6%에서 2.2%로 내려가고요. 월가 관계자는 "이런 일이 있으려면 2023년 하반기에 짧고 강한 경기 침체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인플레이션은 잡히고 경기 후행지표인 실업률은 올라가지만 경제성장률은 회복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점도표 작성에 참여한 Fed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은 기준금리를 장기 중립금리(2.45%) 이상으로 제시했습니다. 금리를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영역까지 올리겠다는 얘기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Fed의 경제 전망은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성장 둔화와 실업률이 증가함을 나타낸다"라며 "여전히 낙관적일 수 있지만, Fed가 기꺼이 잠재적 경기 침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사실상)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 것이지만 시장이 스스로 알아서 이를 깨닫게 놔둘 정도로 부드럽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Fed의 계획은 경기 침체를 유도하는 건 아니겠지만, 거시경제를 보면 어쨌거나 그들이 공격적인 긴축을 하면 어쨌거나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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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온 뉴스들은 긴축과 침체에 대한 월가의 암울한 전망을 강화해주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① 각국 중앙은행 줄줄이 깜짝 인상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이날 2007년 이후 처음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로 50bp 인상했습니다. 전혀 예상되지 않았던 일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Fed 등의 금리 인상 때문입니다. SNB는 "5월 인플레이션이 2008년 이후 최고인 2.9%에 달했다"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적절한 통화 조건을 보장하는 데 필요에 따라 외환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10년 넘게 디플레이션과 스위스 프랑의 강세와 싸워온 곳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을 한 것이지요. 판테온이코노믹스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SNB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가 긴축 사이클의 손아귀에 갇힌 상태라는 것을 상기시킨다"라며 "방아쇠는 인플레이션이며 환율은 이를 확산시킨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이제 핵심 위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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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SNB는 세계적으로 수백억 달러를 주식에 운용합니다. 빅테크 주식도 수십억 달러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헝가리 중앙은행도 1주 예금금리를 50bp 깜짝 인상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25bp를 올렸습니다. 정책위원 9명 중 3명은 50bp 인상에 찬성했습니다. BOE는 "필요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빅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Fed를 쫓아 부지런히 긴축에 나서면서 이날 달러 가치(ICE 달러인덱스)는 1.3%나 급락해 103.2까지 떨어졌습니다. 다만 Fed도 계속해서 긴축 수위를 높일 수 있어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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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삼성전자 부품 주문 중단

닛케이는 이날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로 신규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규 주문 중단과 함께 여러 공급업체에 텔레비전,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 등의 부품 출하를 몇 주 동안 축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지시했으며, 이 조치가 7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닛케이는 세계 1위 스마트폰과 TV 제조업체인 삼성의 움직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험 속에서 기업들이 경제 전망에 대해 비관적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뉴욕 증시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이날 가장 부정적이던 뉴스 헤드라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③ 크로거 "소비자, 돈 아낀다"

식품점 크로거는 1분기(~5월21일)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1% 증가하는 등 실적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크로거 경영진의 발언은 우울했습니다. 크로거는 "고객들이 한 번 쇼핑할 때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사는 물품의 수는 더 적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여러 가지로 돈을 아껴 쓰고 있다"라면서 가격이 저렴한 자체상표(PB) 상품을 사거나 특정 품목에서 더 큰 용량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크로거의 PB 브랜드 제품의 매출은 6.3%나 늘었습니다. 매출 증가율 4.1%를 넘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신호가 해석됐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도 우려스러웠습니다. 5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전달보다 14.4% 떨어져 13개월 내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6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3.3으로 집계돼 위축 국면으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직전 주보다 3000명 감소한 22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④ 금리 급락, 그런데 주가 하락

급등하기만 하던 금리는 이날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안전자산인 채권 매수에 나서면서 금리가 떨어졌습니다.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은 15.9bp 내린 3.123%에 거래됐고 10년물은 14.9bp 내린 3.246%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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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두려움은 회사채 시장의 스프레드에서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날 BBB등급 채권과 A등급 채권의 금리 차는 60bp에 달했습니다.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채권 간의 차이가 아니라, 투자등급 채권 내에서도 더 안전한 회사로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Fed가 긴축 전환을 알리기 전이던 작년 9월에는 35bp 수준이었습니다. 리즈 영 소파이 전략가는 "투자자들의 크레딧 리스크를 감수할 의향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더 위험한 채권에서 최고 등급의 채권으로 옮겨타라"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든 위험자산이 "가면 안 되는 영역"(no go zone)이라고 불렀습니다. HSBC의 맥스 케트너는 "위험자산은 낮은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하며 전술적 자산 할당에서 위험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금리가 급락했는데도 주가는 아랑곳없이 내림세를 지속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한 요인이 경기 침체 우려라면 주식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 최고점에서 다우는 19%, S&P500 지수는 24%, 나스닥은 34%가량 급락했습니다.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의 이제 16배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10년간 평균보다 낮습니다. 2015년 이후 12개월 예상 이익의 15배 아래에서는 거의 머물지 않았고, 2018년과 2020년에는 경기 둔화, 침체 당시 잠시 14배 수준까지 내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Fed의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가 둔화할 경우 분모인 E(earning), 즉 기업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6배가 유지된다 해도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어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어조와 크게 낮아진 Fed의 경제 전망을 보면 월가의 지금 기업이익 추정치는 너무 높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헤지펀드 투자자인 댄 나일스도 "다가오는 2분기 어닝시즌(7월14일~)을 앞두고 지난번 타겟, 마이크로소프트, 인텔과 같은 부정적 실적 가이던스가 나오면서 다가올 어닝시즌의 추악함을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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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트레이딩데스크는 "S&P500 지수가 P/E는 2000년 이후 15배 아래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팬데믹 최저일 때 14.7배 수준이었다"라며 "월가의 2023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현재 250달러)를 20% 낮추고(200달러) 여기에 15배 배수를 적용하면 S&P500 지수는 3000이 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경기 침체가 오면 S&P500 지수가 3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것을 전제로 3400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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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S&P500 지수는 지난 1월 최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해 이제 공식적인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베어마켓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인베스코에 따르면 침체가 동반된 베어마켓은 평균 하락률이 43.2%에 달하고 고점에서 바닥을 칠 때까지 15.5개월이 걸립니다. 반면 침체 없는 베어마켓은 하락률이 평균 27.4%로 훨씬 적습니다. 그리고 고점에서 바닥까지 기간도 6.6개월로 짧습니다. 만약 지금 경기 침체가 없이 지나간다면 이미 하락률과 기간에서 이번 약세장은 거의 끝나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는 "S&P500 지수 3700 부근에 걸어놓았던 지정가주문 일부가 오늘 체결됐다. 몇몇 주문은 3400 부근으로 낮춰놓았고 지수가 그 수준까지 내려가면 나는 꽤 많은 주식을 사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침체 확률은 40~50% 정도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