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P 4000 깨졌다…'항복'의 조짐?
9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400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3월 31일 이후 1년 1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주 후반의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아침부터 금리가 폭등하면서 주식 시장을 압박했습니다. 지난주 3.13%로 마감되어 2018년 11월 이후 최고를 갈아치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침 한때 3.208%까지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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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30분 나스닥은 1.76%, S&P500지수는 1.46% 떨어졌고 다우는 0.6% 내린 채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내림세는 이어졌고 막판인 오후 3시 15분께부터 하락 폭이 더 커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4.29% 급락했고 S&P500 지수는 3.20%, 다우는 1.99% 하락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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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세는 필수소비재(+0.05%)를 제외한 S&P500의 10개 업종을 모두 강타했습니다. 애플 -3.3%, 아마존 -5.2% 등 빅테크와 테슬라(-9.07%) 등 고평가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제조업체(캐터필러 -3.9%, 보잉 -10.5%)에서 은행(JP모건 -1.5%), 심지어 에너지 업체에 이르기까지 올해 선방해온 주식도 모두 급락했습니다. 나스닥과 함께 움직여온 비트코인은 3만 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최고치에서 55% 떨어진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런 무차별적인 하락은 청산매매가 일어나지 않으면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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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워낙 폭락하자, 금리는 장중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주 말보다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오른 것이죠. 10년물 금리는 8.5bp 떨어진 3.045%로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10.2bp나 급락해 2.594%를 기록했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주식이 폭락세를 거듭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일부 살아났다. 금융시장이 이렇게 긴축되면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을 너무 많이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주가 하락을 부추겨온 금리가 내림세로 방향을 틀었지만, 주가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내렸습니다. 금리 방향성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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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너무 많은 불확성이 있습니다.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① 금리 상승세는 어디까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상당수 월가 은행은 올해 말 10년물 금리로 연 3.25%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8년 말 10년물 금리가 이 수준에 달했을 때 주식 시장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급락했었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런 높은 금리 속에서는 장기간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잠시 이를 넘어설 수는 있지만, 이 위에 오래 머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2년물과 10년물 만기 목표를 각각 3.5%와 3.25%로 높여 제시했습니다. 마크 카바나 채권 전략가는 "우리 예측은 2년물은 시장 예상보다 더 높아지고, 10년물은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Fed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중립을 넘어 제한적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성장 및 경기 침체 위험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번스타인의 마이클 콘토플로스 채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금리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채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게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 Fed의 대차대조표, 기준금리인데 이들 네 가지가 모두 금리 상승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워낙 높은 상태이고 견고한 소비지출에서 보듯 미국 경제는 괜찮은 상태입니다. 또 Fed는 기준금리를 50bp씩 빅스텝으로 인상하고 있으며, 6월 1일부터는 자산 감축을 시작합니다. 콘토플로스 애널리스트는 "10년물이 3%를 넘은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여기에서 훨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5bp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50bp를 올릴지, 75bp를 올릴지는 상관이 없다. Fed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50bp를 훨씬 더 많이 올려야 할 것이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하는 금리 인상 사이클을 보게 될 것이며, 미국 경제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P 4000 깨졌다…'항복'의 조짐?
국채 수요를 금리 상승 원인으로 꼽는 분석도 있습니다.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설립자는 "미국 국채의 가장 큰 구매자는 Fed, 일본, 중국이었는데 이들 모두 국채를 사지 않고 있다. Fed는 뭔가가 부서질 때까지 국채를 팔 것(QT)이고, 일본은 엔화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사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봉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매수를 시작할 때까지는 시장에서 저가매수를 외치는 이들을 다 합쳐도 반올림 오차보다도 적다"라고 분석했습니다.

② 주식은 어디서 바닥을 찾나

골드만삭스는 이날 "전면적 경기 침체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주식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전락가는 "Fed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데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높은 주가는 금융여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Fed의 목표와 정반대다. 주가 밸류에이션과 관련된 위험은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시나리오에서도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다"라면서 "경제, 주가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정하게 제한된 범위에서 계속 거래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잘해야 박스권이라는 뜻이지요.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 경로가 명확해질 때까지 큰 변동성이 지속할 것"이라며 "긴축적 금융여건과 시장 유동성 부족은 3월 말과 비슷한 규모의 단기적 랠리마저 주장하기 어렵게 만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나마 실버라이닝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대부분의 나쁜 소식이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가가 단기에 추가로 큰 폭으로 급락하려면 엄청나게 나쁜 충격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겁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투자 심리는 이제 팬데믹 시작 때보다 더 나쁘다. 투자자들은 당시 경제에 대해선 걱정했지만, 금융시장과 Fed의 지원 능력에 대해선 확신했다. 지금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Fed가 금융시장을 지지할 능력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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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세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주 주식 매도세는 과도했으며 기술적 흐름, 두려움, 빈약한 시장 유동성에 의해 크게 좌우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가정은 거부한다. 그러나 시장은 침체 시나리오를 점점 더 가격에 책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JP모건은 △ 팬데믹 이후 경제 재개 △ 강력한 노동 시장 △ 건전한 기업 재무 등 세계가 침체로 향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을 제시하며 에너지 주식 매수를 권했습니다. 에너지 주의 실적 전망이 강력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은 9.5배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실 에너지 주식은 이날 폭락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에너지 업종은 8.3% 급락해 S&P 11개 업종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엑슨모빌(-7.88%), 셰브론(-6.70%) 옥시덴탈(-10.93%) 슐럼버거(-11.6%) 할리버튼(-10.68%) 등 하락 폭은 엄청났습니다.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 사우디 아람코의 판매가 인하 소식에 유가가 6%가량 내린 게 결정적이었지만, 유가보다 하락 폭이 훨씬 더 컸습니다.

이와 관련, 증시가 이제 항복(capitulation) 단계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주는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밸류에이션도 P/E 10배 수준으로 높지 않은데, 이렇게 많이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이제 가리지 않고 모든 자산을 다 팔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정 단계에서 진 바닥을 찾기 위해서 한 번 거쳐야 하는 항복 단계에 이제 들어갔다는 뜻이지요.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P/E의 장기 균형 수준이 16~17배라고 생각한다. 한때 22.5배까지 올라갔던 뉴욕 증시의 P/E는 이제 17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이제 이미 하락할 것의 95%가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S&P500 종목의 50%가 52주 고가에서 20% 이상 하락했다"라면서 "이번의 주기적 하락 추세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지 CIO는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높은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순풍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무엇보다 성장이 느려지는 가운데서도 기업 이익은 견고하다. 상당한 랠리는 기대하지는 않지만, 여름 동안 작은 랠리와 오락가락하는 환경을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P 4000 깨졌다…'항복'의 조짐?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종목의 5월 5일 기준 12개월 선행 P/E 비율은 17.6배로 5년 평균인 18.6을 밑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10년(16.9), 15년(15.5), 20년(15.5), 25년(16.5)의 역사적 평균보다는 여전히 조금 높은 편입니다. 팩트셋은 "그동안 P/E의 하락은 주가(P) 하락에 의한 것이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2022년 기업 어닝(EPS)이 228.98달러, 2023년 250.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파이퍼샌들러는 "2022년 지금까지의 위험은 금리, 인플레이션, 유가 상승이지만 다음으로 큰 위험은 EPS 추정치 하락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라면서 "이들 위험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바닥을 칠 때까지는 정점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난 4월 55.4로 집계된 ISM의 PMI가 40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EPS 추정치가 낮아질 것이고, 그때까지 P/E도 계속 조정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P 4000 깨졌다…'항복'의 조짐?
일부에선 변동성 지수(VIX)가 아직 '항복' 단계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VIX는 4.56포인트(15.10%) 오른 34.75를 기록했습니다. 아서 캐신 UBS 플로어 디렉터는 CNBC 인터뷰에서 "전체의 종목의 90%가 내리고 VIX가 40을 넘는다면 나는 항복을 할 것이지만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지 못한다면 좀 의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P 4000 깨졌다…'항복'의 조짐?
BTIG의 조나선 크린스키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S&P500 지수가 4000 이하로 떨어진다고 설문들에게 답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아직 말하는 것과 다르다"면서 "아직도 완전한 항복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닥을 찾으려면 투자자들이 자포자기하는 순간이 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③ 인플레이션 정점, 시장 안정 도움될까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는 11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헤드라인 수치 8.1%, 근원 수치 6.0% 증가입니다. 이는 지난 3월 8.5%, 6.5%보다 낮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0.2%, 근원 0.4% 상승입니다. 3월에는 각각 1.2%, 0.3%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수치가 8.01%, 근원 6.01%로 월가 컨센서스보다 낮은 예상치를 내놓았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0.15%, 근원 0.42%를 예상했습니다.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초에 물가 급등세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022년 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예측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 하향 조정했다"라며"이제 헤드라인과 근원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정점에 이르렀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7.9%, 근원 수치 5.9%로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전월 대비로는 0.1%, 0.3%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모닝스타는 "투자자들은 4월 CPI가 발표되면 인플레이션 전선에서 안도의 신호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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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심스러운 시각도 많습니다. 씨티그룹은 "이번 주 가장 중요한 데이터 발표가 CPI 인플레이션인데, 전년 대비로는 기저효과로 인해 수치가 하락하겠지만, 근원 물가의 전월 대비 수치는 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근본적인 인플레이션은 실질적으로 둔화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솔리타 마르셀리 CIO는 "3월에 8.5%에 달한 CPI 수치가 정점임을 확인하는 데는 몇 달이 걸릴 것이며 수요일에 그 첫 번째 데이터를 얻게 될 것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를 나타내는 데이터는 성장 우려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 동안 계속해서 예상을 넘는 상승세를 보인 인플레이션 수치로 인해 투자자들은 물가가 얼마나 하락할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계속되는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투자 심리는 약하지만, 항복 수준이 아니며, 시장 유동성이 좋지 않아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투자자들은 돈을 투자하기보다 빼내고 있다. 이런 기술적 요인은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뉴스를 지배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 개선이 명확해지기까지는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S&P 4000 깨졌다…'항복'의 조짐?
이날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이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의 전과(목표)가 달성될 것이며 이에 대해선 추호의 의심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확대하지 않는 것에 일부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무기대여(랜드리스)법에 서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무제한 무기를 주는 법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