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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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저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본의 대형 수출주 주가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달 자동차나 반도체장비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는 특히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30일 도요타자동차는 전거래일 대비 1.88% 내린 2218.5엔에 장을 마쳤다. 전날 123엔대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이 121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고현상의 영향이다. 다만 도요타는 이달 저점 대비 23%나 올랐다. 이밖에 반도체 장비기업인 도쿄일렉트론도 이달 저점 대비 24% 올랐고, 화학기업 덱세리알즈도 같은 기준으로 24% 올랐다. 이날 닌텐도는 젤다의전설 야생의숨결 속편 공개가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진다는 소식에 5.75% 내렸지만,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 올랐었다.

그동안 엔저 기대감이 일본 대형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28일 외환시장에서 엔은 1달러 125엔10전으로 장을 마감, 6년 7개월 만에 달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한편 일본 중앙은행(BOJ)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 낮아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저가 이어지면 수출기업의 가정경쟁력을 높여 매출이 오를 수 있다. 또 매출이 오르지 않더라도 달러로 번 돈을 엔화로 환산해 계산하면 실적이 부풀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엔저현상은 일본기업 전체에 긍정적"이라며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압박을 엔저 현상이 40%는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증권가에선 엔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라 대형주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지난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2월 일본 수출금액이 7조1901억엔으로 2월 기준 과거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도 엔저에 힘입은 결과라고 짚었다. 수출규모 자체는 전년 대비 2.7% 늘었지만 같은기간 수출가가 16% 오른 덕이라는 설명이다. 2월 통관시 적용된 환율은 1달러 당 114.84엔으로 전년 대비 엔의 가치가 9.9% 떨어졌다.

후지시로 코이치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동차관련주에 매수세가 몰린 건 엔저현상에 따른 수익증대 효과 기대 때문"이라며 "대형 제조업기업에게 엔저현상은 긍정적 효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