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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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에서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줄줄이 무기한 거래 정지를 맞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긴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그대로 묶이게 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Arca)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지난 4일 각각 개장 직전과 직후에 러시아 ETF를 무기한 거래 정지하겠다고 공지했다. 사유는 동일하게 "제재 우려(regulatory concern)"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금융·산업 등 광범위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대표지수 RTS는 하루 만에 20~30% 오르고 내리는 급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거래 정지된 러시아 ETF는 Arca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ERUS)', '프랭클린 FTSE 러시아 ETF(FLRU)',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셰어즈 ETF(RUSL)'와 CBOE에 상장된 '밴에크 러시아 ETF(RSX)', '밴에크 러시아 스몰캡 ETF(RSXJ)'다. 이 중에서 RUSL은 오는 18일 상장폐지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러시아 ETF 거래를 막는 거래소는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증권거래소, 유럽의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 등도 '아이셰어즈 MSCI러시아 ETF(CSRU)'의 거래를 중지했다. 유로넥스트에서는 러시아 주식 비중이 67%인 '아이셰어즈 MSCI동유럽 ETF(IEER)' 역시 거래 불가능하다.

이밖에 지수산출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의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들에서도 오는 9일 이후부턴 러시아 비중이 사라질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도 7일부터 국내 유일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 ETF'를 거래 정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ETF 시장을 뒤흔들면서 지난 4일 세계 최대 ETF 운용사 블랙록의 주가는 4.95% 급락했다.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695.5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RUSL을 제외하면 러시아 ETF 자체가 상장 폐지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쟁과 국제 제재로 인한 거래 정지가 언제 풀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투자자들도 개별 주식 종목 투자자처럼 거래소 공시를 확인하고, 시장 가격과 순자산총액 간 괴리율을 확인하면서 투자해야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