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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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끊겨 석유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다. 미국의 장바구니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0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최고 기록을 쓴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미국에서 주유소 물가가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288달러까지 올라갔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는 데 드는 비용이 불과 1주일 만에 갤런당 40센트 상승했다고 CNBC는 전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7센트 비싸졌다. 차량용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국제 유가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에서 원유 비용은 50% 정도를 차지한다.

서방 국가들은 아직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를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리스크’가 커지며 기업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기피하고 있다. JP모간에 따르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러시아산 원유 중 구매자를 찾지 못한 물량은 66%에 이른다. 원유 구매대행을 맡은 업체들은 러시아산 우랄유를 헐값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화물을 운반하려면 이전보다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선주들은 러시아 화물 운송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은 지난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베네수엘라 관료들과 이례적 만남을 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베네수엘라 원유로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2019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양국 간 외교 관계를 끊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인플레이션에 에너지난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늘었다.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98.92까지 올랐다.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