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미디어그룹 8곳이 내년에 새 영화 및 텔레비전 쇼 제작에 최소 11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작년과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OTT 고객 유치에 힘을 받은 미디어그룹들이 이 같은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던슨의 마이클 네이던슨 애널리스트는 “(미디어그룹은) 더 이상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며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월트디즈니 컴캐스트 워너미디어 아마존을 비롯한 대부분 기업은 내년 스트리밍 부문에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 부문 중계권까지 포함하면 전체 지출액은 14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법무법인 슬로스 에크하우스 다스티 헤인스의 존 슬로스 파트너는 “2022년 OTT업계의 관심은 콘텐츠를 위한 플랫폼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할당됐는가”라며 “액수를 보면 정말 놀랍다”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디즈니의 스트리밍 콘텐츠 투자는 내년에 올해보다 35~40%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신작 영화와 TV 쇼에 대한 디즈니 지출은 2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스포츠 방송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면 2022년에는 전년 대비 32%를 콘텐츠 지출에 추가할 예정이다. 내년에 예정된 디즈니 프로그램에는 배우 톰 행크스 주연의 ‘피노키오’와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 등이 있다.

넷플릭스 비아콤CBS 폭스 애플 등도 콘텐츠 투자에 수십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내년 콘텐츠 투자액을 올해보다 25% 증가한 170억달러로 책정했다. 2020년(108억달러)보다 57%를 추가로 지출할 예정이다.

FT에 따르면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난 몇 분기 동안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내년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업계 1위인 넷플릭스도 이처럼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OTT 사업이 좋은 사업인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면서 비용은 급증했다. 크리스틴 맥카시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인재를 얻기 위한 경쟁, 제작에 관련된 모든 경쟁 때문에 콘텐츠 비용이 늘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