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과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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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 교육공무원, 교육공무직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교사 중심이던 학교 역할이 저출생 여파로 돌봄, 진로 상담, 인성 교육으로 확대되면서 역할과 처우를 놓고 구성원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단기간 인력과 처우가 크게 개선된 공무직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무직 처우 좋아지자 공무원 ‘역차별’ 불만

22일 정지웅 서울시의원실(국민의힘·서대문1)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교육공무직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만4179명이며, 총 68개 직종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5분의 1 수준인 4232명에 불과하다. 전국 단위로 보면 교육공무직원은 2012년 6만1000명에서 2022년 12만9000명으로 약 113.1% 증가했지만, 공무원은 2000년 6만명에서 2022년 5만4000명으로 되레 10.2% 감소했다.
[단독] "교육공무직은 '꿀'무직"…공무원들 '불만 폭발'
공무직은 교무실, 행정실, 급식실, 돌봄교실 등에서 교사와 공무원들을 도와 일한다. 공무직은 공무원처럼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며, 급여와 복지 혜택도 공무원에 못지않다. 그러나 공무원의 처우 개선 속도는 더딘 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육청과 교섭에 나설 수 있는 공무직들의 처우는 급속도로 개선되면서 공무원들은 ‘역차별’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교육실무사, 조리사 등 공무직이 적용받는 2유형 인건비 기준, 기본급은 2022년 월 186만원에서 2024년 199만원으로 올랐다. 급식비는 같은 기간 월 14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랐고, 명절휴가비도 설과 추석 연휴에 각 85만원씩 지급된다. 근무연수 1년씩 채울 때마다 3만9000원씩 증가해 22년 차 공무직은 85만8000원의 근속 수당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직은 초과근무수당을 통상임금의 1.5배로 지급받는다. 2년차 돌봄전담사의 수당 단가는 1만976원이고 경력이 쌓일 수록 오르는 구조다. 9급 공무원은 시급 9820원을 받고 연장근무시간을 최대 4시간까지만 인정받는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공무직과의 월급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업무량과 책임은 훨씬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한 학교 행정실장 A씨는 “공무직이 소위 ‘꿀무직’으로 여겨진다”며 “업무 지원을 요청해도 자기 일이 아니라며 노동조합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무원 때려치우고 공무직 하겠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남교육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K씨는 2020년 공무직 시험을 치른 뒤 직종을 바꿨다. 공무원 연금을 포기하는 대신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유지하면서도 과중한 업무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을 택한 걸로 알려졌다.

업무분장 혼란 가중

업무분장을 둘러싼 공무원과 공무직 간의 갈등도 빈번하다. 또 다른 학교 행정실장 B씨는 “새로운 업무의 담당자를 결정하기 애매할 때, 교사는 이런 업무를 교사가 맡아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공무직은 근로조건 악화를 이유로 거부하다 보니 결국 행정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떠안게 된다”고 불평했다.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김용정 사무처장은 “여전히 자질구레한 업무는 공무직과 비정규직 몫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공무직도 학교 구성원으로서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구성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직종별 대표 기구를 신설해 갈등을 중재하고, 학교 구성원 통합 인사체계를 마련해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