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가까워진 팬데믹 종식… 톰 리 "연말 S&P 최소 4800"
5일(현지시간) 새벽만 해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 선물은 보합 선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6시 45분 화이자가 발표한 뉴스에 상승세가 촉발됐습니다.

화이자는 자신이 개발한 알약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가 임상시험 결과 복용 사흘 내에 입원과 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에 이달 안에 사용 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머크(MSD)사가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효과를 능가하는 겁니다. 몰누피라비르는 입원율과 사망률을 절반가량 낮추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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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등 유럽에서 또다시 코로나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미국에서도 4차 웨이브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13개 주에서 소폭이지만 감염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이런 약이 계속 나온다면 걱정은 사라집니다.

스콧 고틀립 전 FDA 국장은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면 백신이 별 효과가 없는 사람들, 높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위한 방어벽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화이자의 이사이기도 한 그는 "코로나에 맞설 여러 가지 도구를 갖게 됐다"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직장 백신 접종 의무가 내년 1월 초 발효될 때쯤이면 적어도 델타 변이 확산을 (강하게) 겪은 미국은 최소 엔데믹(endemic) 단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데믹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특정 지역·사람에 한정되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독감처럼 토착병화되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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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0분 발표된 10월 신규고용 수치는 이런 상승세에 불을 붙였습니다. 월가 예상치(45만 개)를 훌쩍 넘는 53만1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8, 9월 고용 수치도 23만5000개 추가 상향 조정됐습니다. 지난 9월 신규 일자리는 19만4000개로 발표되어 충격을 줬었는데 31만2000개로 높게 수정됐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고 "이런 회복세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전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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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서 일자리가 60만4000개나 늘어 공공 부문 감소세(-7만3000개)를 보완했습니다. 델타 변이 타격이 컸던 레저·접객업에서 16만4000개 고용이 증가했고, 제조업에서도 6만 개가 늘었습니다. 실업률도 4.6%로 전월 4.8%에서 떨어졌습니다. 특히 블룸버그에 따르면 계절 조정을 거치지 않은 10월 신규고용 수치는 156만 개에 달했습니다.

고용이 너무 좋으면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존핸콕인베스트먼트의 에밀리 롤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은 계속 회복되고 있고 오늘 수치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가 Fed의 전략(금리 인상을 참는다)을 바꿀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신규고용이 53만 개나 늘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일자리가 420만 개 적은 상태입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월보다 0.4% 올랐지만 9월 0.62%보다 낮아졌습니다. 노동참여율은 61.6%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보다 1.7%포인트 낮은 겁니다. '최대고용'을 목표로 하는 Fed에게는 부족한 수치지요. 파월 의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고용과 노동참여 측면에서 최대고용에 도달하기 위해 개선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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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6~0.7%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장중 S&P500 지수는 사상 처음 4700을 넘었고, 나스닥은 1만6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은 소폭 줄었지만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56%, S&P500 지수는 0.37% 올랐고 나스닥은 0.2% 상승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종식을 예상한 '리오프닝 트레이드'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우선 강력한 치료약을 개발한 화이자 주가는 10.86% 급등했지만, 경쟁사 머크는 9.86% 급락했습니다. 또 모더나는 16.56%나 폭락했습니다.

또 경제 재개 관련주이면서 최근 월가 예상을 넘는 3분기 실적까지 발표한 에어비앤비, 엑스피디아, 라이브네이션, 부킹홀딩스, 윈리조트, 알래스카항공 등 여행 및 레저 오락 관련주들이 급등했습니다. 디즈니 보잉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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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팬데믹 수혜주는 투매 대상이 됐습니다. 펠로톤은 35% 떨어져 17개월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따지면 거의 70% 가까이 내렸습니다. 줌도 폭락했습니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모더나, 머크사가 급락한 헬스케어 업종만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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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 속에 빅테크 주가는 괜찮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빅테크는 경제가 재개되든, 다시 봉쇄되든 경기가 회복되든, 침체되든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주가지수보다 더 극적으로 움직인 건 사실 금리였습니다. 국채 금리가 폭락(채권 가격 급등)한 것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7.1bp(1bp=0.01%포인트)나 급락해 1.453%까지 내렸습니다. 장중 1.438%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10년물이 1.5% 밑에서 마감된 건 약 한 달 만에 처음입니다. 30년물 금리는 7.6bp 급락해 1.887%까지 내려왔습니다. 5년물도 4.8bp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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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고용이 많았는데(미국 경제 호조), 왜 성장을 반영하는 장기 금리가 급락했을까요?

① 각국의 완화정책 유지

지난 2일 호주중앙은행의 완화적 태도 유지(수익률 곡선 제어 폐지에도 불구하고)→3일 Fed의 비둘기파적 태도(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인플레이션)→4일 영국중앙은행의 예상 이외의 금리 동결 등 완화정책 유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탓하며 긴축으로 돌아설 것 같더니만 결국은 모두 '지켜보겠다'라고 결론을 냈다. 수요가 아닌 공급 문제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풀 수 없는 탓일 것이다. 시장금리가 현 수준이면 금리 인상의 속도, 최종 인상 수준이 어느 정도 반영된 거 같다"라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재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간도 "4분기 중에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도 "시장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공격적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Fed가 긴축에 대해 훨씬 더 인내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숏스퀴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채권을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이 금리가 예상과 반대로 내려가자 채권을 사들여 갚으면서 국채 가격이 더 치솟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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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구인난 개선→인플레 압력 하락

월가 관계자는 "고용이 지난 8~9월에는 예상보다 적게 나왔지만, 금리가 상승했다. 이번에는 예상보다 잘 나왔는데 하락하고 있다. 이건 투자자들이 고용지표 자체보다 이런 지표가 Fed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더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10월 고용이 좋았지만, Fed의 금리 인상에 영향 줄 것 같지 않으니 금리가 하락했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용이 늘어나면서 공급망 혼란이 개선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거나, 올려도 두 세 번만 올리고 나서 중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구인난 뿐 아니라 △반도체 부족 △물류 병목 현상 △불충분한 에너지 공급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발생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반도체 부족은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전체 시장이 균형에 도달하려면 2023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항구 등 물류 병목 현상은 통상 항만 처리량이 줄어드는 늦가을~겨울을 지나면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에너지의 경우 높은 가격이 지속할 경우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해 균형을 찾을 것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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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파월 의장 연임 가능성

어젯밤 파월 의장이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일 "차기 의장을 곧 지명하겠다"라고 밝힌 직후여서 이런 회동이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 의장의 연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이 됐습니다. 다만 차기 의장 후보 중 한 명인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도 이날 회동에 함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민주당이 최근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까지 잘못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는 무조건 패배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재임명 의사를 밝히면서 경제 살리기, 즉 기존 완화적 정책을 지속해달라고 부탁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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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까지 S&P500 지수는 7일 연속 상승을 포함해 지난 18거래일 동안 단 이틀만 빼고 16거래일 올랐습니다. 이는 1990년 5월 이후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또 나스닥은 10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S&P500 지수가 올해 들어 어제까지 209거래일 동안 24% 올랐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앞으로 남은 39거래일 동안 4% 추가 상승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그동안 '리오프닝 트레이드' 관련주를 매수하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는 올해 말 S&P500 지수가 48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해왔습니다. 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산타 랠리에 대해 얘기한다. 아마도 4800은 S&P 500의 연말 최소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4800은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 초에는 5,000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계절적 요인으로 여기에서 5~6%의 상승 여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기업 실적 증가가 이어진다 △ 미뤄진 수요가 많다 △ 주식은 여전히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싸다 △ 많은 투자자들이 매우 불편한 현금 포지션에 앉아있다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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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심리는 너무 뜨겁습니다.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욕심지수는 극단적 욕심 상태를 가리키는 85까지 올라왔습니다. 또 투기적인 주식 옵션 거래량은 기록적으로 급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산타 랠리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소식이 너무 많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는지 물어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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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 Fed는 어쩔 수 없이 오는 12월에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채권매입이 끝나는 내년 4월께 곧바로 기준금리를 높여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주 시장에 찬 물을 부을 수 있는 물가 지수가 연이어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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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10월 생산자물가(PPI), 10일에는 10월 소비자물가(CPI)가 나옵니다. 월가는 지난 9월 전월 대비 0.2% 상승으로 낮아졌던 근원 CPI(식품 및 에너지 제외)가 0.4%로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PPI도 9월 전월 대비 0.5% 상승했는데, 10월에는 0.6%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ING는 CPI 헤드라인 수치가 1990년 12월 이후 최고인 5.8%, 근원의 경우 4.4%로 재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또 12월께에는 헤드라인 수치가 6%, 근원 CPI가 5%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