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8일(현지시간) 조기 긴축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약세로 마감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8일(현지시간) 조기 긴축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약세로 마감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결국 연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에 나설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Fed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서다. 마지막 FOMC는 지난달 27~28일 열렸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Fed가 설정해놓은 물가와 고용 목표치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원들은 “대다수 참석자들이 물가 안정 목표와 관련해 자체 기준이 이미 달성됐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미 소비자물가는 지난 몇달간 5%를 넘고 있다. 또 다른 목표인 고용과 관련 “최대 고용을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란 기준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으나 올해 안에는 달성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이 더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대두되자 뉴욕증시의 다우 지수는 18일(현지시간) 1% 넘게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대두되자 뉴욕증시의 다우 지수는 18일(현지시간) 1% 넘게 떨어졌다.
연내 테이퍼링 착수 쪽에 무게가 실리자 뉴욕증시는 이날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 지수는 전날 대비 1.08% 떨어진 34,960.69, S&P 500 지수는 1.07% 내린 4,400.27, 나스닥 지수는 0.89% 밀린 14,525.91로 각각 마감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소비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다 또 다시 가라앉았는데요, 이로 인해 테이퍼링 시점이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거든요. 현지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미국에선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최근 들어 이 소비 심리의 둔화 현상이 뚜렷한데요, 우선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의 예상치(-0.3%)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습니다. 그동안 불티나게 팔리던 자동차와 의류 판매마저 주춤했습니다.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역시 급격히 식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예비치가 70.2로,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날 연 1.27%로, 지난주의 연 1.3%대 중반에서 0.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배경입니다.

델타 변이 때문에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결국 ‘연내 테이퍼링’ 시사한 Fed…美 증시 휘청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경제성장률마저 둔화할 조짐이지만 연내로 예상되는 Fed의 테이퍼링 착수 시점을 늦출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Fed가 통화 정책 변경에 참고하는 물가와 고용 지수가 수개월간 목표치에 상당히 근접했기 때문입니다.

월가에선 소비지표 하락이 긴축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보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에 계시니까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민주당이 성범죄로 사퇴한 쿠오모 주지사와 빠른 손절을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다음주 초에 공식 사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자신의 비서를 포함해 총 1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던 게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쿠오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뉴욕주지사만 세 번 역임하고 있는데다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꼽혀온 인물인데요, 오랜 친구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수뇌부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거리를 둬왔습니다.

검찰의 수사보고서가 공개되자 쿠오모 주지사의 정치 기반인 민주당은 빠른 손절을 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당내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수뇌부는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일색인 뉴욕주의회 의원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는데요, 주지사 탄핵 절차에 돌입하면서 쿠오모의 사퇴 발표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쿠오모의 수난은 사퇴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수의 연방법과 주법을 위반한 혐의로 뉴욕검찰에 기소될 처지입니다. 오늘은 매년 수만달러의 퇴직연금을 수령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습니다.

▶끝으로 투자자들이 알아둬야 할 주요 일정과 이벤트를 말씀해주시죠.


테이퍼링 착수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Fed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가 이날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언급해 조기 긴축 우려를 자극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밤 공개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통해, Fed의 정책 변경에 영향을 끼치는 고용 회복 속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 속도 및 경제 활동 제한 여부도 당분간 주시해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교통의 마스크 의무를 내년 1월까지 연장했습니다.

다음주에 나오는 경제 지표 중 핵심은 27일의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인플레이션(7월 기준)입니다. Fed가 참고하는 물가 지표로, 전달(작년 동기 대비 3.5% 상승)에 이어 고공행진을 이어갔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마킷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도 나오는데, 현재의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에 2분기 실적을 내놓는 기업으로는 베스트바이와 HP, 스노플레이크, 세일즈포스 등이 있습니다.

<다음주 주요 경제·실적 발표 일정>

23일(월) 마킷 제조업 PMI(8월, 전달은 63.4) / 마킷 서비스업 PMI(8월, 전달은 59.9) / 기존주택 판매(7월, 전달은 586만 채)

24일(화) 신규주택 판매(7월, 전달은 67만6000채) / 실적 발표: 베스트바이

25일(수) 내구재 주문(7월, 전달은 0.7%) / 실적 발표 : 스노플레이크 세일즈포스 딕스스포팅구스 익스프레스 이항홀딩스

26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실적 발표 : HP 펠러톤 갭 애버크롬비&피치 델테크놀로지 달러트리 달러제너럴

27일(금)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가격지수(7월, 전달은 0.4%) /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8월, 예비치는 70.2) / 개인소득(7월, 전달은 0.1%)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