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사진)가 17일(현지시간) “중국은 대규모 부채 구조조정을 할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중국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리오는 이날 링크트인에 올린 게시물에서 1990년대 국유기업 개혁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던 주룽지 전 중국 총리를 언급하며 이 같은 의견을 냈다. 달리오는 “현재 중국 경제와 부채 상황을 보면 주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대대적인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주 전 총리는 1990년대 후반 부실화한 국유 기업의 대대적인 퇴출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약 3000만 명의 실직자가 생겼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뇌관이 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국유 위안양(시노오션)이 최근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다. 대형 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은 만기를 맞은 상품을 상환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도 부진하다. 부동산 시장 의존도가 큰 지방정부의 재정난도 가중되고 있다.

달리오는 중국의 지방 경제가 부채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당장 디레버리징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채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화폐를 발행해 소득을 늘려주는 등 빚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리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밝혔듯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며 “(과도한 부채가) 중국 지도부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오는 월스트리트에서 대표적인 중국 강세론자로 꼽힌다. 그가 설립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중국 내 펀드 운용 규모를 200억위안(약 3조67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렸다. 외국계 헤지펀드 중 최대 규모다.

달리오는 중국 증시뿐 아니라 공산당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친중파로 알려져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