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린 美쇼핑몰 '파산 소용돌이'
미국의 복합 쇼핑몰 사업이 어려움에 빠졌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쇼핑몰도 도미노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쇼핑몰 가치는 최고점이던 2016년 말에 비해 50~70% 하락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쇼핑 습관이 변하고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 소매업체들이 폐점하면서 쇼핑몰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 최대 소매업체였던 시어스와 미국 3대 백화점으로 꼽히던 본톤이 2018년 파산했다. 프리미엄 백화점 니먼마커스와 중저가 백화점 JC페니도 2020년 사업을 접었다. 미국 3대 백화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메이시스도 2020년부터 100여 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미국 부동산 조사 업체인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875개의 백화점 매장이 사라졌다. 올 들어선 생활용품업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다른 오프라인 소매업체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핵심 매장이 사라지면서 쇼핑몰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코네티컷주에 있는 크리스털몰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쇼핑몰의 감정가는 2012년에 1억5300만달러(약 1930억원)였다. 그러나 쇼핑객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올 6월 경매에 넘어가 950만달러에 팔렸다.

쇼핑몰 운영 업체들은 막대한 이자 부담도 지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쇼핑몰 업체들의 대출액 중 140억달러 이상이 향후 1년 내 만기가 돌아와 상당수 쇼핑몰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으로 원리금을 갚기 빠듯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저금리로 대출을 연장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빈스 티본 그린스트리트 소매산업 총괄은 “쇼핑몰에 입점한 백화점이 없어지면 쇼핑몰 전체 매출이 줄고 그다음 업체가 연쇄적으로 떠나게 된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 쇼핑몰들은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죽음의 소용돌이란 특정 자산 가격이 떨어진 뒤 연쇄적으로 다른 자산 가치도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WSJ는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일부 쇼핑몰 부지를 호텔이나 기업 기숙사 등이 들어간 복합센터로 재개발하려 하지만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