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내린 美소비자물가…금리 동결 가능성 96% '껑충'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해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이달 금리 동결 시나리오가 거의 확정시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물가 수준이 여전히 Fed 목표치인 2.0%의 2배 수준인 데다, 근원 CPI가 헤드라인 CPI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 주도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5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4.0%(연율 기준) 올랐다고 발표했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40년 만에 최고치인 9.1%까지 뛰었다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달 수치는 2021년 3월(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이 1년 전 대비 11.7%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속도를 끌어내렸다. 연료유의 가격 하락 폭이 37.0%로 컸고, 가솔린값도 19.7% 큰 폭으로 내렸다.

5월 CPI는 월가 전망치(4.0~4.1%)에 부합했다. 바로 전날 미국의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인 4.1%로 발표되면서 시장에선 물가 하락 기대감이 한층 커진 상태였다. CNBC는 이를 두고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자료=CNBC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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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1년 넘게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 온 Fed는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인 5.00~5.25%다. Fed가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긴축 가속페달을 밟은 결과다.

시장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집계한 금리 동결 확률은 5월 CPI 발표를 기점으로 96.5%까지 치솟았다. 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은 4.7%까지 밀렸다.

바로 전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나란히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긴축 종료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NFJ인베스트먼트그룹의 번스 매키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Fed의 금리 인상 중단을 고대해왔고, 한발 앞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1개월째 내린 美소비자물가…금리 동결 가능성 96% '껑충'

여전히 ‘끈적한‘ 근원 CPI

다만 근원 CPI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예단키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 CPI는 지난달 전년 대비 5.3%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5.2~5.3%)대로였다. 일시적 변동 요인을 빼고 보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끈적하게(sticky)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주거비가 8.0% 올랐고, 외식 물가 상승률도 8.3%로 높게 나타났다.

씨티그룹은 근원 CPI의 오름세가 “11회 연속 금리 인상을 가능하게 할 만큼 충분히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헤드라인 CPI의 진정세가 뚜렷한 만큼 Fed가 긴축 사이클을 이어가더라도 이번 FOMC에서는 한 차례 쉬어갈 것이란 견해에 힘이 실린다. 이른바 ‘매파적 건너뛰기’(hawkish skip)다.

물가 예측기관인 인플레 인사이트의 오마이르 샤리프 창립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물가가 너무 더디게 잡히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Fed 내에선 아직도 긴축 사이클을 얼마나 더 지속해야 할지를 두고 이견이 많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