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가 지난 분기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는 AI 반도체 수요가 몰리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으면서 주가는 25% 이상 상승했다.

현재 분기 매출도 급증 예상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1분기(2~4월) 순이익이 20억4300만달러로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는 1.09달러로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월가 추정치 0.92달러를 18.5% 상회했다.

분기 매출은 71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 감소했지만, 월가 추정치 65억2000만달러를 10.3% 웃돌았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해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중"이라며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5~7월) 매출을 110억달러로 회사 분기 실적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추정치 72억달러를 52% 이상 웃도는 가이던스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수요 증가로 우리 데이터센터 부문의 실적을 향후 몇 분기 더 내다볼 수 있게 됐다"며 "올 하반기에 훨씬 더 많은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를 크게 웃돈 실적 전망에 주가는 크게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305.38달러로 0.49% 하락했지만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24.18% 오른 379.23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생성 AI 경쟁에 수요 급증

엔비디아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는 것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수요 증가 덕분이다. 황 CEO는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적용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1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일반 목적에서 AI 학습을 위한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월가의 전망치 39억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클라우드 기업과 대형 소비자 인터넷기업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개발한 AI 챗봇 챗GPT가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생성형 AI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구글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클라우드의 강자인 아마존을 비롯해 소셜미디어 공룡 메타도 각자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내놓고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 AI 학습에 필요한 GPU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게임 사업부는 수요 감소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게임 사업부 매출은 2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들었다. 거시경제 둔화로 인해 수요가 둔화된 데다 회사가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