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화폐 가치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줄을 죄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에 달러는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유로화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기준금리를 낮춘 터키 리라화는 폭락했다.

19일 유럽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13달러에 거래됐다. 열흘 전인 지난 9일 1.16달러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하락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7월 이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한 데다 ECB가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유럽은행 회의에서 “내년 금리 인상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도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에 따라 움직였다. 터키 중앙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1%포인트 낮춘 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은 6% 급등했다. 달러당 11.3118리라를 기록하며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리라화 가치는 30% 넘게 하락했다. 물가가 급등했지만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있어서다. 올해 8월 연 19%이던 터키 기준금리는 세 차례 인하를 거쳐 연 15%로 낮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까지 금리와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 정책이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