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물가 상승세를 ‘왝플레이션(whackflation)’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후려치기’ ‘강타’를 의미하는 단어 ‘whack’과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다.

"지금 상황은 왝플레이션"
블룸버그통신은 “초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 기존 경제 용어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며 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1년에 물가가 수백% 오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뜻하는 초인플레이션은 과도한 표현이고,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불황’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왝플레이션을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벌어지는 물가 파동으로 규정했다. 물가 하락에 이은 강한 물가 상승이라고도 설명했다.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복잡한 경제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정 상태라는 얘기다.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out of whack)’는 뜻도 있지만 두더지 잡기(whack a mole)처럼 한쪽의 공급 부족 문제가 다른 분야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도 담겼다.

블룸버그는 현재의 물가 상승을 ‘소 채찍 효과(bullwhip effect)’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소비자 수요가 공급망 위쪽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단계마다 정보가 왜곡돼 수요의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채찍을 쥔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채찍 끝의 변화는 매우 커지는 현상에서 따온 용어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작은 수요의 변화가 세계 공급망을 크게 흔드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수요 초과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수요 붕괴를 예상하고 원자재 주문과 생산량을 줄였다가 빠르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지금은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블룸버그는 물가가 갑작스레 치솟은 것처럼 극단적인 가격 하락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발전용 석탄 가격이 대표적이다. t당 1900위안을 웃돌던 발전용 석탄 가격은 최근 878위안으로 급락했다. 급등세를 보였던 제재목 선물 가격과 중국 내 철광석 가격도 안정화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