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핀둬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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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점우위 효과란 말이 있다. 최초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을 의미한다. 시장에 최초로 진입한 기업은 인지도뿐 아니라 축적된 인프라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코카콜라, 페덱스, IBM 등 원조 상품을 선보인 기업들이 업계 최고로 남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함께, 더 알뜰하게, 더 재밌게’를 내걸고 출범한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후발주자다. 시장을 굳건하게 지배하고 있던 경쟁사들보다 20년 가까이 늦었다. 하지만 이들이 공략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잡는 데 성공했다. 설립 2년 만에 회원 2억 명을 확보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무모해보였던 출사표... 틈새 공략으로 알리바바 제치고 1위

2015년은 핀둬둬가 출사표를 던진 해다. 당시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는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와 1998년 출범한 징둥닷컴이 양분하고 있었다. 판도가 결정된 시장에서 후발주자 핀둬둬의 도전은 일견 무모해 보였다.

핀둬둬는 굳건했던 시장에 균열을 냈다.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핀둬둬는 기존 주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3선 이하의 지방 소도시를 공약했다. 중국은 인구와 경제 규모에 따라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부터 5선 도시까지 구분하는데, 기존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모두 대도시의 젊은 중산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치중했다.
사진=핀둬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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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핀둬둬는 달랐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이곳에 사는 중장년층 서민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지방 소도시 주민일수록 가격에 민감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렴한 상품을 찾는 이들을 위해 공동구매 방식을 도입했다.

핀둬둬의 공동구매 방식은 이렇다. 핀둬둬라는 이름처럼 핀(모으다) 둬둬(많이) 하면 싸진다. 상품에 두 가지 가격을 제시한다. 공동 구매 시 살 수 있는 가격과 일반 구매 시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다. 채소나 과일, 옷가지 등을 함께 구매할 사람들을 모집해오면 최대 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이용자가 직접 공동구매를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덕분에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사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핀둬둬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텐센트의 위챗과 손잡았다. 모바일 플랫폼인 위챗은 월평균 이용자 수 12억4000만 명을 가진 중국 국민 메신저 앱이다.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의 사용자 수는 8억 명에 달한다. 핀둬둬는 위챗페이를 도입하고 위챗을 통해 공동구매 링크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12억 명에 달하는 위챗 사용자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진=핀둬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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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핀둬둬는 올해 13억 중국인 중 절반이 사용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됐다. 매출 규모는 알리바바, 징둥에 이어 3위지만 실구매자 수로는 전자상거래 기업 중 1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핀둬둬의 연간 활성 사용자는 8억4900만 명에 달한다. 알리바바(8억2800만 명), 징둥(5억3200만 명)보다 많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탄탄한 경험 살렸다

핀둬둬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창업자 황정(黃錚)이다. 1980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외곽에서 태어났다. 공장 노동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이후 중국 저장대에 입학해 컴퓨터를 전공했다.

대학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황은 이후 구글에 입사했다. 미국 멜턴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위스콘신메디슨대 컴퓨터학 박사과정을 거친 뒤 2004년 구글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구글이 모기업 알파벳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해였다.

황은 구글 엔지니어로 3년간 일한 뒤 퇴사하고 창업에 나섰다. 그는 2016년 자신의 블로그에 "구글에서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을 받다 보니 정점 다른 경력을 모색하게 됐다"고 썼다. 구글의 급성장세도 황 회장의 창업 의지를 부추겼다. 알파벳의 주가는 황 회장이 입사한 해에 주당 85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500달러가량으로 뛰었다.

그는 2007년 전자·가전제품 전문 전자상거래업체를 설립해 키웠고 3년 뒤인 2010년 매각했다. 두 번째로 세운 기업은 외국 브랜드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개업체 러치였다. 이 경험 덕에 황은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업체의 생태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탄탄한 창업 경험을 통해 핀둬둬를 성공 궤도에 올려놨다.
규제 리스크 부상하지만…'돈나무 언니'가 고른 옥석

성공적으로 2018년 24.60달러로 나스닥에 입성한 핀둬둬의 주가는 올 상반기 202.82달러까지 치솟았다. ‘적자’가 지속적 문제로 지적됐지만 2020년 3분기에는 보통주주 귀속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이 플러스로 전환돼 상장 후 처음으로 이익을 냈다. 올 2분기에는 순이익이 24억1000만위안(약 4323억원)에 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진=핀둬둬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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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정부의 연이은 규제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반독점 규제 등 중국 정부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데다 시진핑 중국 국자주석의 ‘공동 부유’ 선언으로 빅테크들이 ‘자발적’ 기부까지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핀둬둬는 지난달 농촌 지역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100억위안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핀둬둬가 100억위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창사 이래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 2분기에서야 사상 두 번째 분기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은 “2분기 이익을 냈지만 지속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설립자 황정도 올해 3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조기 퇴진이 빅테크를 둘러싼 불확실한 정치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규제 리스크에도 핀둬둬가 중국 정부에 선호 받는 업종이라는 점을 들어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당국이 선호하는 기업을 고르는 중"이라며 "중국 당국 선호 업종으로 보면 식품·물류·제조업 부문이 꼽힌다”고 했다. 핀둬둬를 통해 농식품 거래가 자주 이뤄지는 만큼 규제의 철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드 CEO는 지난달 아크핀테크이노베이션 ETF(ARKK)를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핀둬둬 주식 1만231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