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대체육 대장주' 비욘드미트, 적자에도 '10년 갈 주식'이라고?
식탁 위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일반 가정집에서 생수를 돈 주고 사먹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가정 간편식을 뜻하는 ‘밀키트’란 용어는 2012년 처음 등장했지만 이제 식품 시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 너머의 고기’ 대체육 역시 먼 얘기가 아니다. 인간은 이제 고기를 얻기 위해 오랜 기간 사료를 먹여 동물을 키우고 도살할 필요가 없다. 대체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북미 시장의 기존 육고기 소비량은 2025년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체육 대장주’ 비욘드미트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주가 흐름은 부진했지만…

비욘드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대체육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소고기 패티와 맛, 냄새, 조리법까지 같은 식물성 고기 패티 ‘비욘드버거’다. 글로벌 식품체인 맥도날드, 피자헛, 스타벅스 등에 대체육을 납품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눈 부신 성과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2일 비욘드미트는 119.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까지만 해도 150달러선에서 거래됐는데 최근 120달러 안팎을 횡보 중이다.

2019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뒤 비욘드미트 주가는 등락을 반복해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투자한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2019년 7월에는 주가가 230달러를 웃돌았다.

적자가 발목을 잡았다. 비욘드미트는 작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186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 2분기(-820만달러)보다 적자폭을 키웠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나스닥 지수가 연일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욘드미트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종목 집중분석] '대체육 대장주' 비욘드미트, 적자에도 '10년 갈 주식'이라고?

글로벌 대체육 시장 연 평균 14% 성장 전망

하지만 비욘드미트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소는 인간의 위와 태양 사이에 있는 비효율적인 존재로, 곧 제거될 것이다.” 테슬라의 오랜 주주인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는 최근 ‘베일리기포드 롱텀 글로벌 그로스 펀드(long term global growth fund)’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욘드미트에 투자하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식량(고기)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대량의 식량(곡물)을 투입하는 비효율을 대체육이 해소해줄 것이라는 의미다.

이 펀드는 향후 10년간 현재 가치보다 큰 폭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우량주를 미리 발굴해 투자하는 걸 목표로 한다. 6월 말 기준 비욘드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인데 급성장 중인 미국 중고차 매매 플랫폼 ‘카바나’(1.26%)나 중국판 유튜브 ‘빌리빌리’(1%)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 3월 ‘단백질 전환’이라는 보고서에서 대체육 시장이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연 평균 14%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커나가고 있는 유럽과 북미의 경우 2025년 기존 육고기 소비량이 정점을 맞고 점차 대체육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레베카 슈네만 모닝스타 연구원은 “대체육이 세계 식품 시장에서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비욘드미트는 주요 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비욘드미트의 주가 약세는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 시장 자체가 초창기인 만큼 비욘드미트의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R&D에 3150만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연 매출의 약 7.8%에 해당하는 규모다.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에 발벗고 나선 것도 대체육 시장의 성장을 예상케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축산업이 차지한다. 이던 브라운 비욘드미트 최고경영자(CEO)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아 연료전지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건강,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은 대체육을 기꺼이 선택한다. 투자자문기관 오펜하이머 앤 컴퍼니의 식품, 식료품, 소비재 애널리스트인 루페쉬 패릭은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는 건강상의 이유와 지속가능성 등을 이유로 식물성 대체육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체육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낮고 환경호르몬이나 항생제 이슈로부터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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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우유·계란·새우까지?

꾸준한 투자와 메뉴 개발에 힘입어 비욘트미트의 분기 매출은 작년 3분기부터 매 분기 증가세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 494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볼 때 상장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B2B 채널도 확대되는 중이다. 중국 시장도 파고들고 있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비욘드미트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채널인 징둥닷컴(JD.com)에 입점해 300여개 도시 진출에 성공했다“며 ”캐나다 커피 체인 2곳 및 영국 피자헛에도 판매를 시작했다. ”고 전했다. “그간 시즌 제품 판매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점차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와의 아이템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인 판로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회사 이름대로 육고기를 넘어서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식품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맛에 달려 있다. 비욘드미트는 현존하는 대체육 중 가장 육고기와 흡사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육향, 육즙 등 육고기 특유의 맛을 100% 재현하진 못한다. 브라운 CEO는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대응라는 근거만으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먹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존 육고기에 비해 비싼 가격도 진입장벽이다. 이는 생산규모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비욘드미트 측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까지 최소한 한 종류의 육류에서는 육고기 경쟁업체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또 다른 대체육 생산회사 임파서블푸드는 비욘드미트의 강력한 경쟁자로 언급된다. 다만 임파서블푸드의 경우 유전자변형농수산물(GMO) 콩을 활용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GMO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 동원F&B가 임파서블푸드가 아닌 비욘드미트의 대체육을 수입한 것도 GMO 이슈 때문이었다.

비욘드미트는 대체육 시장의 대장주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품군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비욘드미트가 우유, 베이컨, 계란, 새우 등을 식물성 재료로 만들기 위해 관련 상표권을 신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브라운 CEO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여부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당신이 동물에서 얻을 필요가 없는 단백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범주는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