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부터 오렌지까지 글로벌 작황 부진 확대…식품 인플레 우려 재점화[원자재 포커스]
폭염·홍수·서리…이상기후에 글로벌 산지 ‘몸살’
올해 들어 소맥 12%·오렌지주스 50% 급등
식품 가격 인상 도화선 되나


글로벌 농산물 가격이 다시 한번 튀어 오를 조짐을 보이며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다. 봄철에 갑자기 서리가 내린다거나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등 이상기후가 전 세계 산지를 덮친 영향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밀, 커피, 코코아, 옥수수, 대두, 설탕, 면화, 오렌지주스, 쌀을 구성 종목으로 하는 ‘블룸버그 농업현물지수’는 지난 24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368.40포인트에 마감해 연고점(1월 24일·362.27포인트)을 넘어섰다.
블룸버그 농업현물지수 추이(사진=블룸버그 통신)
블룸버그 농업현물지수 추이(사진=블룸버그 통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심화했던 2022년 정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1년 전보다도 7%가량 낮은 수치이지만, 이달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져 눈길을 끈다. 지난 일주일(20~24일) 상승 폭은 작년 7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 농업현물지수 구성 작물 중 밀의 경우 호주, 러시아 등 주요 산지의 악천후로 인해 작년 7월 이후 거의 1년 만에 선물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물 미국 소맥 선물 가격은 부셸 당 7.035달러로 올들어서만 12.0% 상승했다. 주요 산지인 러시아에서 봄에 갑자기 서리가 내리면서 파종된 밀 재배 면적의 1%가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밀 수확 현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러시아 밀 수확 현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에는 또 다른 대규모 산지인 브라질의 히우그란지두술주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미국 농무부는 세계 농산물 수요·공급(WASDE) 보고서에서 내년 밀 공급량은 올해 대비 220만톤 감소하는 반면 같은 기간 소비량은 200만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공 음료의 원재료들도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주산지인 베트남의 건조한 날씨로 인해 지난 한 주간 9% 올랐다.

오렌지주스 원액 선물 가격은 24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파운드당 4.76달러에 마감하며 연초 대비 50% 가까이 폭등했다. 오렌지 최대 산지인 브라질과 미국이 폭우, 한파, 감귤녹화병 등으로 오렌지 생산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아시아 쌀 가격도 15년만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된다. 코코아 선물은 지난 한 주간 12% 올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글로벌 산지에서 가뭄, 서리, 폭우 등 이상기후가 확대되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은 상승하는 추세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빵, 음료 등 소비자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폴 블록섬 HSBC 홀딩스 글로벌 상품 수석 경제학자는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우려가 작물 가격을 계속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