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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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 포괄적 성격의 인공지능(AI) 규제법을 최종 승인했다. AI를 활용 위험도 별로 분류해 규제 수위를 달리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해당 법이 AI 규제와 관련된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적용까지 난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발의 3년 만에 AI법 최종 승인

EU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AI법’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입법 절차가 완료된 건 2021년 초안이 발의된 지 3년 만이다. 마티유 미셸 벨기에 디지털 장관은 “AI법 채택은 EU에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 법을 통해 유럽은 신기술을 다룰 때 신뢰, 투명성,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유럽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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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은 AI 활용 위험도를 크게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의료 교육 선거 핵심인프라 자율주행 등에 사용되는 AI는 가장 높은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 분야에서 AI를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람이 감독하고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부 AI 기술 활용은 원천 금지된다. 인종, 종교, 성적 취향과 같은 특정 범주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기 위해 생체 인식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테러 납치 등 중범죄를 제외하고는 프로파일링을 기반으로 한 치안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AI법은 이달 중 관보 게재를 거쳐 다음달 EU 27개 회원국 역내에서 정식 발효된다. 발효 6개월 뒤부터 금지 대상 AI 규정이 우선 시행되고, 1년 후부터는 범용인공지능(AGI)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다. 전면 시행 시점은 2026년 중반 이후다.

위반시 '글로벌 매출액의 7%' 과징금 부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열린 MS 빌드 콘퍼런스에서 케빈 스콧 MS 수석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열린 MS 빌드 콘퍼런스에서 케빈 스콧 MS 수석부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초의 포괄적 성격의 AI 규제법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AI 규제 모델 구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EU AI법의 제재 수단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EU 집행위원회는 AI법을 위반하는 기업에 3500만유로(약 518억원) 또는 글로벌 매출의 7%에 해당하는 금액 중 더 높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U는 집행위 연결총국 산하에 ‘AI 사무소’를 신설해 법 집행을 총괄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AI법이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법은 2022년 11월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를 출시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생성형 AI 활용 확산에 따라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매튜 홀먼 크립스 로펌 파트너변호사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은 처음으로 AI에 대한 세부적인 규제 체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구상의 다른 어떤 법률과도 다르다”며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생성형 AI 시스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한 미국 빅테크 업체들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이 완전히 시행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U는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현재 상용화된 생성형 AI에 대해 법 시행일로부터 36개월간의 ‘전환 기간’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EU 의회를 통과하는 법은 관보 게재 후 20일 뒤면 발효되는 게 원칙이지만 AI법은 기술적 난관들로 인해 대부분의 조항이 2026년이 돼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