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이하 벅셔) 회장이 그간 비밀에 부쳤던 주요 투자처가 공개됐다. 세계 최대 손해보험사 처브다. 처브는 버핏 회장이 지난해 3분기부터 매수해 지난 3월 말 기준 벅셔의 보유 종목 9위로 부상했다. 반면 애플, 컴퓨터 업체 HP,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는 1분기 벅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애플 팔고 몰래 샀다…버핏이 픽한 종목은 보험사 '처브'

○세계 최대 손보에 9조원 투자

15일(현지시간) 벅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공시에 따르면 벅셔는 처브 지분 6.08%(2600만주가량)를 67억달러(약 9조원)에 매수했다. 3월 말 기준 벅셔 포트폴리오에서 2.03%를 차지한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처브 지분을 사들였지만 SEC 승인을 받아 해당 사실을 약 6개월간 공개하지 않았다. 벅셔의 매수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처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31% 급등했다.

처브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손보사로, 세계 보험업계 거물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전 AIG 회장의 아들 에번 그린버그가 이끌고 있다. 3월 선박 충돌 사고로 무너진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보험사로 알려져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주가 상승률은 11.27%다.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11.92%)과 비슷한 수준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처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3배로 추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체 금융 부문의 PER(15.3배)과 비교했을 때 저평가됐다”고 전했다.

벅셔는 영국 보험사 에이온 지분(1.86%)을 비롯해 비상장사 가이코(자동차 보험사), 내셔널인뎀니티(재보험사) 등 여러 보험업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022년 애플, 철도 회사 BNSF, 전력 회사 벅셔 에너지사업부와 함께 벅셔의 4대 거인으로 표현할 만큼 보험업에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연례 주주서한에서도 “재산 보험과 사고 보험은 벅셔의 안녕과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캐시 세이퍼트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처브는 벅셔가 강점을 지닌 사업 분야인 보험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버핏 회장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이어 “처브가 상업 특수 보험과 고급 재화 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 역시 벅셔의 보험업 포트폴리오 일부를 구성하는 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이달 초 벅셔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비밀 매수 종목(처브)의 언급을 피했다.

○HP 잔여 지분 전량 처분

버핏 회장은 연례 주총에서 1분기 애플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애플 주식 1억1556만 주를 팔아 7억9000만 주로 줄였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벅셔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비중은 작년 말 50.1%에서 3월 말 40.8%로 축소됐다. 일각에선 버핏 회장이 애플의 성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그는 애플에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벅셔는 1분기 미국 컴퓨터 기업 HP의 잔여 주식 2300만 주가량을 전부 팔아치웠다. 에너지 업종 가운데 셰브런 지분 2.47%를 매각했고,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 1.77%를 추가 매입했다. 버핏 회장이 전량 처분 사실을 밝힌 파라마운트는 1분기 말까지 매각 작업이 완료되진 않았다. 벅셔는 지난해 말까지 파라마운트 주식을 6332만 주가량 들고 있었다. 최근 파라마운트는 막대한 부채와 경영난으로 소니 등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 연례 주총에서 “(파라마운트 투자는) 저의 결정이었고 꽤 손해를 봤다”며 “사람들이 여가 시간 때 어떤 활동에 우선 순위를 두는지 더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벅셔가 보유한 상위 5개 종목(3월 말, 지분가치 기준)은 애플(1354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392억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345억달러), 코카콜라(245억달러), 셰브런(194억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김리안/한경제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