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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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중국 자본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공모(IPO)를 비롯해 공모 후속 투자(Follow on), 전환사채 등 모든 유형의 자본 조달 방식에서 투자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다. 경제 반등 계기가 사라지면서 투자 수요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올해 초부터 지난 9일까지 중국 자본시장에서 자본금 조달 규모는 총 6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역대 최소치다.

홍콩 시장을 포함한 역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조달한 자본금은 약 16억달러에 불과했다. 2003년 이후 20년 만의 최소치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인수합병(M&A)에 들인 투자금도 25억달러로 집계됐다.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중국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침체한 배경엔 지정학적 갈등이 있다. 2022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도 침체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IPO 규제 수위를 높이고 기업에 대한 감사를 강화한 결과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중국이 소폭 반등하는 모양새다. 올 초부터 지난 9일까지 국제 채권 시장에서 중국 기업, 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26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억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2021년 1~3월 중국 기업은 약 610억달러를 역외 주식 시장에서 조달했고, 39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중국 기준금리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덕에 채권 발행 규모가 늘었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에 반등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0.1% 오르며 예측치(0.4%)를 밑돌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는 상태다.

싱가포르의 자산운용사인 대화은행(UOB) 카이히안의 최고 투자책임자(CFO)인 왕 치는 "중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악에 치달았다"며 "어떤 유형의 주식이든 전망은 암울한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