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등 미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상승률과 고용 시장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완전히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월가의 왕’으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전례 없는 재정 적자와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해 미 기준금리가 연 8%대로 치솟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까지 내놨다.
물가 급등, 고용시장 활황…美 금리인하 동력 잃었다

6월 인하 확률 51%로 ‘뚝’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가 8일(현지시간) 몬태나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가 8일(현지시간) 몬태나대에서 열린 대담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날 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46%까지 치솟았다가 연 4.42%에 마감했다. 국채 매도세를 촉발하는 심리적 저항선(연 4.5%)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2년물과 30년물도 각각 연 4.79%, 연 4.55%에 장을 닫으며 넉 달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자산운용사 FS투자의 라라 레임 이코노미스트는 “10년물 금리가 연내 연 5.0%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작년 10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5.0%를 돌파했다.

현재의 높은 기준금리 수준이 더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연초 6~7회까지도 예측이 나왔던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횟수는 현재 1~2회까지 대폭 전망치가 낮아진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ed의 금리 결정을 예측하는 스와프 계약 시장에선 Fed가 오는 9월부터 연말까지 금리를 총 0.6%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게 평균 전망치다. 한 번에 0.25%포인트씩 내리는 ‘베이비스텝’을 가정하면 연내 금리 인하 횟수는 3회가 아니라 2회가 유력한 셈이다.

올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하락과 동결에 베팅하는 선물 시장 참가자들의 비율은 절반씩 나뉘어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51.3%로, 한 달 전 73%대에서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반면 동결 확률은 26%대에서 48.7%로 상승했다.

장기 기준금리 전망치도 오름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추산한 올 연말 미 금리 전망치는 연 4.75%로, Fed가 지난 3월 FOMC에서 내놓은 점도표상 전망치 중앙값인 연 4.6%를 웃돌았다. 불과 몇 달 전 이 수치는 연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권운용사 핌코 등은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줄였고, JP모간은 첫 금리 인하 시점을 6월에서 7월로 늦춰 잡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대담에서 “Fed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범위 내에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연 8% 상승론’까지

이런 변화에는 물가, 고용 등 미 경제 주요 지표가 견조하게 유지된 영향이 크다. Fed가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월 2.8%(전년 동월 대비)로, Fed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3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21만4000건)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지출과 우크라이나·중동에서의 전쟁 등 외부 변수가 미 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이먼 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미 금리는 향후 몇 년 내에 높게는 연 8% 또는 그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각국의 재무장화,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등 여러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서우/오현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