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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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업계 ‘혁신’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애플이 차세대 먹거리로 로봇 공학을 선택했다. 수년간 개발해왔던 전기차(애플카)를 포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용 로봇이 수익원이 되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개인용 로봇 연구팀 꾸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애플이 개인용 로봇 분야로의 진출을 검토하는 팀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로봇 공학 연구 관련 직무를 모집하고 있다.

팀 소속 엔지니어들은 집 안팎에서 사용자들을 따라다닐 수 있는 모바일 로봇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로봇 공학을 사용한 탁상용 스마트 디스플레이도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개인용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된 LCD 모니터를 들고 다니며 집 안에서 정보기기를 원격제어하고, 각종 컴퓨터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가정용 차세대 디지털기기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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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연구는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서와 존 지아난드레아가 이끄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그룹 내에서 이뤄진다. 가정용 제품을 담당하는 매트 코스텔로와 브라이언 리치가 하드웨어 개발을 감독 중이다.

로봇 개발이 구체적인 성과를 낸 상태는 아니다.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할지도 불분명하다.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경우 모바일 로봇보다 개발이 더 진전됐지만, 지난 몇 년간 회사의 제품 로드맵에 추가됐다가 삭제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은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폐기 후)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로봇 개발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고 궁극적으로 제품이 출시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하나

애플은 지난 2월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폐기했다고 발표한 이후 “새로운 수익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카 가격이 대당 10만달러로 추정됐기 때문에 애플카는 애플의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시장은 기대했다.

여전히 아이폰이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애플 입장에서는 아이폰을 뛰어넘을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당 3500~4000달러의 비전 프로는 유의미한 판매량과 수익을 창출하려면 몇 년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애플 최고경영진들은 “미래는 자동차, 가정, 혼합현실이라는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개발은 포기했고 혼합현실은 비전 프로 헤드셋으로 개척했으니, 애플은 스마트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소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애플은 전날 대비 0.48% 상승한 169.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로봇청소기 ‘룸바’ 제조업체 아이로봇의 주가는 장중 17%까지 급등했다. 애플이 로봇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22년 아이로봇과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가 반독점법에 막혀 올 초 계약을 철회한 바 있다. 장 막판에 아이로봇은 상승분을 반납하고 전일 대비 1.87% 오르는 것에 그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