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시간45분에 걸쳐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여 만에 관계 안정화를 위한 소통을 이어갔지만 대만·남중국해 문제, 미·중 기술전쟁 등에서는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통화했다. 통신은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양자 및 지역, 글로벌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외교적 수사는 양국이 소통을 이어갔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통제에서 큰 갈등을 보였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며 숨통을 죄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선진 기술이 미국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무역, 과학 기술 압박 조치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위험 제거’가 아니라 위험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려 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대만과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도 않고 중국과 충돌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하자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대만 독립 세력의 분리주의 활동과 외부 묵인, 지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과 필리핀 간 충돌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항행의 자유 수호 의지를 역설했고, 시 주석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러시아 방위산업 지원, 중국의 비시장 무역관행 등에도 문제를 제기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여러 분야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펜타닐 등 마약 밀거래 차단 공조, 인공지능(AI) 위험 관리, 군사 소통 채널 유지 등에선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미·중은 전략적 경쟁을 하면서도 고위급 교류를 지속할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오는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