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래 최저치 일본엔화..."155엔부터 시장 개입예상"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 2006년이후 엔화약세 포지션 최대
27일(현지시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51.97달러로 1990년 9월 이후 달러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날 스즈키 주니치 대장상은 엔화 방어에 대한 시장 개입에 있어서 강력한 수위에 해당하는 ‘과감한 조치’를 언급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엔화는 올들어 이미 달러 대비 7%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주 일본 은행이 17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일본 은행이 예상보다 더 점진적으로 긴축을 펼치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FX전략가인 오드리 차일드-프리만은 달러-엔환율은 155까지 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52~155엔 범위에 도달하면 일본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일본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화 수준의 중간값은 155엔이었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의 수석 수석 FX 전략가인 로드리고 캐트릴은 “최근 기록을 고려할 때 152를 뚫으면 개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10월에도 일본 엔화가 달러화대비 151.95 수준을 넘어섰을 때 일본 통화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은 세 차례에 걸쳐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9조2,000억 엔(82조원)을 지출했다.
외환 거래자들이 달러-엔 환율이 155엔까지도 예상하는 이유중 하나는 엔 약세쪽에 베팅한 거래자들의 포지션이 기록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통화에 대해 2006년 이후로 기록적으로 많은 약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옵션 거래자들은 달러-엔 환율이 152까지 상승하면 해당 수준에서 일부 녹아웃 배리어가 촉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아웃이 발생하면 리버스 콜옵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달러-엔 매도 포지션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 엔화의 하락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거래자들은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지난 주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종료한 후에도 일본과 다른 선진국, 특히 미국 간의 금리 차이가 크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약 4.2%로 일본 채권 수익률보다 약 3.5%포인트 높아 지난 10년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져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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