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140주년 韓·伊, 유사점 많아…저출산 같이 고민하자"
“커피를 마시고 싶냐는 말을 한국어로 뭐라고 하죠?”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사진)가 최근 서울 한남동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어로 건넨 첫마디였다. 한국어로 커피를 권하고 싶었지만,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한 질문이었다. 그는 곧장 “한국어를 잘하고 싶어 매일 공부하고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한국말이었다.

가토 대사는 한국을 제1순위로 지망해 작년 9월 부임했다. 그는 “외교관이 된 이후 첫 해외 발령지가 태국이었고, 근 20년 만에 두 번째 아시아 국가로 한국에 오게 됐다”며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국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지원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올해는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은 만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국민의) 성향이나 지리 여건, 인구 규모 등에서 이탈리아와 유사점이 매우 많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최근 저출산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과 나란히 최하위권이다.

그는 “저출산 정책은 한 세대가 지나야 정책의 효과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 25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토 대사는 신임 외교관 시절 한 남성 외교관이 단기 육아휴직을 썼을 때 모두가 ‘경력을 포기하느냐’며 놀란 기억을 언급했다. 이어 “이제는 남성 외교관도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아빠의 의무 출산휴가 기간(출산 전후 10일)에 관한 규정을 처음 마련했다. 부모 모두 자녀가 12살이 되기 전에 9개월짜리 유급 육아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 육아휴직 기간도 도입했다. 가토 대사는 “엄마가 양육 주도권을 쥐고 아빠는 따라가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부모가 함께 공평하게 육아에 참여하는 게 저출산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토 대사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서로에게 쏟는 관심이 ‘소프트파워’에만 국한되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드라마, 영화, 가요 등 한국의 K컬처에, 한국은 패션(fashion), 음식(food), 가구(furniture), 페라리(Ferrari) 자동차 등 이탈리아의 이른바 ‘4F’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서로를 더 잘 알아야 상호 보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탈리아는 한국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수교를 맺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가 의장국으로서 베로나, 트렌토에서 여는 주요 7개국(G7) 산업·기술·디지털 부문 장관회의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했다. 가토 대사는 “(한국은 G7은 아니지만) 하이테크 강국인 한국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對)이탈리아 교역량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많다. 가토 대사는 “양국이 향후 교역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는 와인”이라고 했다.

글=김리안/사진=강은구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