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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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일본 증시가 34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22일(현지시간) 도쿄 증시에서 니케이 225지수는 39,098.68로 마감해 1989년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 일본 기업의 저렴한 밸류에이션, 주주 친화적으로 변화한 일본의 기업 개혁, 타격을 입은 중국 시장에서 탈출한 투자 자금의 유입으로 지난 1년간 상승세를 보인 후 일본 증시가 재탄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89년은 부동산, 주식 등 일본의 모든 자산 가치가 너무 빨리 상승한데 대해 일부에서 거품론이 나오기도 했던 시점이다. 과거의 니케이 225는 버블의 산물이었으나 현재 일본 증시의 저렴한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과거와 달리 훨씬 견고한 기반위에 있다고 다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믿고 있다.

이번 반등의 주요 촉매제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조짐과 올해 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막대한 현금을 투자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렌 버핏이 일본 5대 종합 상사의 지분을 늘린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관심을 갖도록 부추기면서 일본 주식의 매력을 더욱 높였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월 이후 일본 증시의 누적 거래잔액 흐름에서 일본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은 작년 초 이후로 순매도를 유지해왔다. 이 주식을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 흡수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지분은 1989년 5% 미만에서 올해 30%로 증가했다.

니케이 지수는 올들어 16% 이상 급등해 다른 주요 시장을 앞질렀다.
일본 증시의 부활을 일찍 예측한 증권사 중 하나인 모건 스탠리의 수석 아시아 전략가 조너던 가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이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다”며 이제는 지속적인 기업 이익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일본이 장기 강세장에 들어섰다는 공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30여년간의 큰 변화중 하나는 1989년 당시 일본 기업은 전세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개 기업 중 32개를 차지했다. 현재 일본 기업중에서는 토요타 자동차 만이 글로벌 상위 50위안에 들어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자산 가격이 부풀려지면서 일본 은행들이 증시의 강자였으나 지금은 소매 기업, 반도체 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다양화됐다.

일본 CLSA 증권 전략가인 니콜라스 스미스 “일본의 1989년은 역사상 최대 거품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1989년에 일본의 통신회사인 NTT는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42,000포인트까지는 쉽게 갈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다른 선진 시장에 비하면 일본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매우 낮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상승세 이후에도 여전히 니케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중 37%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하이다. 즉 장부가치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S&P 500 주식 중 장부가 이하로 거래되는 주식은 3%에 불과하며 유로 스톡스 600의 경우 5분의 1만이 이 범주에 속한다. 현재 일본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자산 가격이 정반대였던 1989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니케이 225가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컴제스트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리처드 케이는 “42,000 정도까지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며 과거 최고치로 회복됐다는 것이 증시를 떠난 일본 투자자들에게 큰 심리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일본 미즈호증권 최고 데스크 전략가 쇼키 오모리는 “일본 투자자들도 새로운 NISA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주식을 살 경우, 그리고 중국 데이터가 약하게 나올수록 더 많은 아시아 투자 자금이 도쿄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