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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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다.

28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전년 대비 29.5% 감소한 1706억달러(약 228조원)로 집계됐다. 0%대 저금리 상황이 지속돼 스타트업 투자가 정점을 찍은 2021년과 비교하면 50.9% 감소했다.

불황은 줄어든 벤처캐피털(VC) 업계 큰손들의 거래 건수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585억달러(약 78조원)를 관리하는 세계 최대 VC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의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는 총 20건으로 2021년 194건에 비해 89.6% 줄었다. 같은 기간 안드레센호로위츠의 투자 건수는 239건에서 145건으로 감소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성사시킨 거래는 7건에 불과했다.

다만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 부문은 급성장했다. 지난해 생성형 AI 투자 규모는 254억달러(약 33조9500억원)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다만 투자의 3분의2 이상이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기업에 돌아갔다. 자금 역시 VC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등 대형 테크기업에서 나왔다.

시장에서는 올해 스타트업 투자가 지난해보다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며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는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자금이 몰렸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이 전세계 VC의 일본 투자펀드를 조사한 결과 아직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대기자금(드라이파우더)은 97억달러(약 12조97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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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VC 자금이 몰리는 배경은 오랜 금융완화에 따른 저금리와 정책지원이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22년 8000억엔 규모인 스타트업 투자액을 2027년 10조엔으로 늘린다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은 경제규모에 비해 스타트업이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운용자산이 500억엔(약 4515억원)을 넘는 대형 VC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대기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세계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영세하다는 평가다. 프레킨에 따르면 일본 투자를 준비하는 자금은 전세계 스타트업 대기자금인 5500억달러(약 735조원)의 2% 수준이다.

김인엽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