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 상황이 변동할 때 외부인이자 내부자인 임원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할 때 성과가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이브리드형 리더가 경기 불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평가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경제 변동성이 심할 때 적합한 CEO 유형은 하이브리드형 임원이라고 진단했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은 1993년부터 2017년까지 총 1450여개 상장사 자료를 기반으로 CEO 유형을 분석했다.

하이브리드형 CEO는 특정 그룹의 자회사 CEO를 맡고 있지만, 모회사 이사진에는 참여하지 않는 임원을 뜻한다. 외부인인 동시에 내부인으로 기업 현황을 바라볼 수 있는 인재라는 설명이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 실적이 악화할 때 하이브리드형 CEO가 주로 선임됐다. 불황기에 선임된 CEO의 34.9%가 하이브리드형 CEO였다. 반면 기업이 호황을 맞을 때는 30.9%로 감소했다.

실제 불황기에 하이브리드형 CEO가 다른 사례에 비해 우월한 성과를 거뒀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연구진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1~2006년 선임된 하이브리드형 CEO는 외부에서 수혈된 CEO보다 평균 11%포인트가량 총자산수익률(ROA)이 높았다.

하이브리드형 CEO가 내부 사정을 잘 알면서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회사 임원을 맡은 덕에 해당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동시에 모회사와 거리를 둔 탓에 제삼자처럼 회사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팅유 두 박사는 "하이브리드형 CEO는 회사의 핵심역량과 문화, 약점을 잘 알고 있고,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모회사 본사와 거리를 두며 자회사를 경영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형 CEO는 구조조정에도 거리낌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통상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다. 내부에 연줄이 없기 때문에 가차 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이브리드형 CEO도 외부 영입 CEO처럼 정리해고를 망설이지 않았다. 모회사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 동기부여가 큰 상태라서다.

두 박사는 "기업에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 수준이 과도하지 않을 때 하이브리드형 CEO가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