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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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가 구리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지자 구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칠레 최대 국영 광산업체 코칠코는 이날 구리 평균 가격 전망치를 파운드당 3.85달러로 기존 전망치(3.75달러)에서 0.1달러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로는 3.9달러를 제시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선 구리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3.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칠코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구리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예측이다. 코칠코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통화정책이 정상 궤도에 안착하면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 정책도 구리 가격의 변수로 꼽힌다. 특히 올해 본격적으로 전기차(EV)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리의 양은 내연기관차보다 4배 많은 80㎏ 웃돈다. 배터리와 전기 배선 등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전력망, 풍력발전소 터빈 등을 제조할 때 구리는 필수 원자재로 여겨진다.

씨티은행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목표치가 상향 조정되면 2030년까지 구리 수요가 지금보다 420t가량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구리 가격은 지금보다 75% 더 증가할 것이라 관측했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세계 6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선언도 구리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칠코는 올해 구리 공급량이 작년보다 5.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증가율(3.2%)을 앞지르는 수치다. 다만 주요 구리 생산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에 따라 공급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를 비롯해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에서 시위와 내전이 그치질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미국의 광산업체 발레와 영국 광산업체 리오틴토도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밑도는 생산량 전망치를 제시했다. BMO캐피털마켓의 원자재 담당 상무이사도 "올해 구리 생산량은 예상치에 미달하면서 수급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