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엔화 가치가 반등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기를 뒷받침하던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데다 일본은행(BOJ)이 8년간 이어온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종료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다.

○1년 내내 떨어지던 엔화 반등

日銀 "마이너스금리 끝낼 수도"…엔화 급등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17% 내린(엔화 가치 상승) 144.01엔(오후 4시 기준)에 거래됐다. 전날 뉴욕시장에서는 한때 전 거래일보다 4% 하락한 141.7엔에 거래가 이뤄졌다.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초 130엔대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6일 33년 만에 최고치인 151.5엔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가 폭락하며 ‘슈퍼엔저’라는 말까지 나왔다. 엔·달러 환율은 그러나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엔·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 주요인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일 106.715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해 이날 103.735까지 떨어졌다.

최근 이틀간 엔·달러 환율 하락에는 마이너스금리 종료를 시사한 일본은행 수뇌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의회에서 “연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통화정책 운용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금리 해제와 장·단기금리 조작 개선(폐지)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 역시 지난 6일 “일본은행이 금융 정상화를 단행했을 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비교적 작다고 본다”며 금융완화 정책 종료를 시사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18~19일 열리는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에 쏠리고 있다. 금융회사의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대출인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 시장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금리가 종료될 확률을 이날 한때 45%로 내다봤다. 히미노 부총재 발언 전까지는 이 수치가 3%에 그쳤다.

○디플레서 탈출하는 일본 경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 폐기는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초완화정책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이라는 평가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 불황이 시작되자 2016년부터 지급준비금(각 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한 자금) 이자율을 연 -0.1%로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장기금리)가 상한선을 넘어가면 이를 무제한 매입하는 수익률곡선 통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각각 단·장기 금리를 조작해 시장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우에다 총재는 올해 단기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지난 7월과 10월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수익률곡선 통제 정책에서 허용하는 장기금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우에다 총재의 의회 발언대로 마이너스 상태인 단기금리 인상까지 단행하면 일본의 초완화정책은 사실상 정상화 궤도에 본격 오르게 된다.

일본은행이 초완화정책을 전환하려는 것은 오랜 경기 침체가 마무리되고 물가와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10월까지 19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치인 2%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장기간 자국 경제를 짓누르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해 1인당 평균 임금 인상률도 3.2%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높아졌다. 해당 조사 방법이 처음으로 적용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