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 등에 업은 中의 구리 베팅…가격 끌어올린다 [원자재 포커스]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구리 광산을 인수했다. 당국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거듭된 구리 베팅이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MMG(우광자원)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 커프로스 캐피털을 19억달러 가량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커프로스 캐피털이 보유한 보츠와나의 고품질 구리 광산을 품기 위해서다. 커프로스 캐피털은 보츠와나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칼리하리 구리 벨트' 내에 위치한 코마카우 광산의 독점 소유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급등하는 구리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녹색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구리의 장기 공급량 확보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국가 지원 등에 업은 中의 구리 베팅…가격 끌어올린다 [원자재 포커스]
코마카우 광산은 그간 전 세계 구리 생산 업체들이 인수를 원하는 1순위였다. 연간 6만t에 달하는 구리를 캐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MMG의 이번 거래로 중국이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구리 매장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MMG의 본사는 호주에 있지만 본체는 중국 기업이다. 최대주주가 중국 국영 광산업체 우광그룹이다. 중국은 최근 더 많은 구리 광산을 인수하기 위해 전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중국의 구리 제련 능력이 급성장해 2027년까지 45%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중국의 참전은 구리 정광 확보에 대한 글로벌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반면 구리 공급은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나마의 코브레 구리 광산은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페루의 핵심 구리 광산들에서도 노동자 파업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최근 두달 만에 최고치인 9506달러까지 치솟았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21일 기준 t당 8449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블룸버그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라 구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시스템에서는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보다 5배 많은 구리를 사용한다. 중국은 기존 2030년 태양광 발전 용량 목표치를 5년 앞당겨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태양광 패널 물량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전기자동차에도 내연기관차보다 구리가 3배 이상 들어간다.

FT는 "국가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구리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중국 정부로서는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 입찰 가격을 더 높일 의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