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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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사실상 지상전 단계로 전환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하 땅굴이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하마스의 거점이자 기습통로 역할을 하는 지하 땅굴을 공격하지 않고는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기 힘들어서다. 이스라엘은 또 가자지구 내 병원을 하마스 지휘소로 지목하고 있어 병원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지하에는 총 500㎞에 달하는 지하 땅굴망이 구축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의 실제 지하 땅굴 길이가 약 360㎞로 과거 베트콩이 만들었던 땅굴의 10배 규모라고 전했다.

지하 땅굴은 하마스의 거점이자 은신처 역할을 해왔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감시망을 피해 기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지하땅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가자지구 주둔 당시 이스라엘군 부사령관을 맡았던 아미르 아비비 예비역 준장은 로이터에 "40~50m 깊이의 땅굴이 도시 전역을 관통하고 있다"며 "벙커와 사령부, 저장시설이 있는 건 물론 1000여개의 로켓발사 지점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은 지상전과 공습을 병행하는 형태로 지하땅굴을 무력화하려 할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땅굴 내부에 수많은 부비트랩을 설치해 이스라엘 병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하땅굴에 많은 IED(급조폭발물)과 부비트랩이 있기 때문에 정말 힘든 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군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터널을 탐색할 수 있는 로봇과 드론과 함께 스펀지 폭탄을 준비해왔다. 스펀지 폭탄은 비닐봉지에 두 종류의 액체를 분리해 담아놓은 것으로 내부에 폭발 물질이 들어있지 않다. 액체를 분리해놓은 금속 막대를 제거하고 투척하면 내부의 액체가 섞이면서 거품 형태로 부풀어 오른 뒤 바로 단단해져 땅굴 입구와 틈새를 막는다.

이스라엘군이 2021년 이스라엘 남부 체엘림 군사 기지의 모의 터널에 스펀지 폭탄을 배치하는 모습이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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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지하땅굴 외에 병원도 공격 목표로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가장 큰 병원으로 꼽히는 알 시파병원이 하마스 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알 시파병원은 700개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가 알 시파병원에서 로켓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아 병원 등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병원과 쇼핑몰, 이슬람 사원 등을 정당한 공격 목표로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