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상 우려한 국제사회 압박, 인질 안전 우려 작용한 듯
"전방위로 전력 돌격보다는 조금씩 작전 펼치며 하마스 중심부 조이기"
이스라엘, 전면적 공격 대신 '야금야금' 지상전…이유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전쟁의 '두 번째 단계'를 선언하고 지상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예상됐던 전면적인 지상전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사실상 지상전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 자국을 대규모로 기습한 하마스를 궤멸한다고 선언한 이후 탱크와 예비군 30만명 등 대규모 병력을 가자지구 경계에 집결하고 지상전을 예고하면서 육·해·공을 모두 동원한 전면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돼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병·기갑·전투 공병 부대를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에 진입, 대규모 폭격과 포격을 수반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침공'이나 '전면전'이라는 언급은 피했다.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규모가 상당하더라도 상대의 영토를 장악해 나가는 침공이나 전면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앞서 25, 26일 밤 사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급습보다도 크게 확장된 군사작전을 확인한 것이라면서도 "상당한 영토 장악을 목표로 하는 주요 지상전은 아직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전면적인 침공으로 보기는 어렵더라도 수일째 지속, 확대되고 있는 지상 작전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새로운 단계' 진입 선언은 사실상 지상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이번 작전에 대해 "휴전에 대한 전망은 없는 채로 영토 점유(taking of the territory)가 시작됐다"며 "적어도 아직은 전면적인 침공은 아니지만, IDF가 앞서 수행한 치고빠지기식 공격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르벡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호로위츠 정보 책임자는 이 매체에 "7일 하마스 기습 이래 처음으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터널 위치를 파악, 파괴하고 인질들을 찾기 위해 가자 일부 지역에 머물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전면적 공격 대신 '야금야금' 지상전…이유는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200여 명 인질들의 안전과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우려해 인도주의적 일시 휴전을 요구하는 상황을 고려해 당초 예상됐던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과 전면전에 실제로 아직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가 부비트랩이 도처에 깔린 복잡한 지하 터널망을 구축했고 민간인과 인질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는 가자지구 지상전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에 대해 "사실상 지상전의 시작이라는 신호"라며 "이를 침공이라고 부르지 않음으로써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협상의 문을 열어두고 민간인 사상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과 휴전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진 끝에 '인도주의적 일시중지'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유엔 회원국들은 지난 2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20표·반대 14표·기권 45표로 가결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일시에 화력을 쏟아붓는 전면적 침공 대신 서서히 지상 작전을 확대하며 하마스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자국민 1천400명의 생명을 앗아간 기습 공격을 당했고 그 보복으로 하마스 궤멸을 선언하고 수십만 예비군까지 생업에서 빼내온 이상,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전면적 침공의 모양새는 피하더라도 지상 작전은 점진적으로 지속,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스라엘, 전면적 공격 대신 '야금야금' 지상전…이유는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두 번째 단계의 목표는 분명하다.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은 주요 매체 기자들에게 "이는 전격전이 아닌 저강도 분쟁"이라며 "인치, 미터 단위"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작전을 보면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줄 때까지 이스라엘이 군사 계획을 보류할 일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야들린은 "(하마스가 인질을 1주일에 2명씩 풀어준 것을) 계산하면 2년이 걸릴 텐데 이스라엘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에게 "지상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직 정보 관리 아비 멜라메드는 옵서버에 이번 작전이 반드시 전면전의 서곡이라고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많은 제한적 작전들의 시작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멜라메드는 "전방위로 전 화력을 쏟아붓는 돌격은 아니다"라며 "하마스의 중심부를 향해 야금야금 뜯어 먹는 모듈식 접근법"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웬 기자 역시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역을 한조각 한조각씩 치우고 있는 듯하다"며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스라엘군의 어조를 보면 이는 '되갚음'에 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전면적 공격 대신 '야금야금' 지상전…이유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