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공개된 이란군 사진. 사진=AFP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이란군 사진. 사진=AFP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지상전을 시사하는 전쟁 2단계를 선언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뒷배’인 이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경우 사태가 중동전쟁으로 확전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고 “미국은 완전한 이스라엘 편”이라며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행동(이스라엘 편에 서는 것)한다면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전선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미했다. 이 인터뷰는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전 선언 전에 진행됐다.

‘시아파 맹주’ 이란은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배후가 이란이라는 설이 무성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공식화하고 있진 않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전쟁 2단계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이란은 악의 축”이라면서도 “7일 공격(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이란이 개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란의 본격 개입이 이스라엘과 우방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발언 수위를 조절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서방을 향한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역시 결정적인 ‘선’을 넘진 않고 있다. 이번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도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이 이어지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군을 공격한 세력에 이란은 명령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군을 공격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배후가 이란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8일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우리는 전쟁 확대에 관심이 없지만, 모든 전선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군은 헤즈볼라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